[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금 사재기가 심상치 않다.

이미 세계 5위 외화보유액을 자랑하는 러시아가 금을 계속해서 사들이는 배경이 서방제재에 대항하고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위상을 흔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러시아의 금 보유량은 5개월 연속 증가해 중국과 스위스를 제치고 세계 5위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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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지난 8월 금보유량은 1112.5t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부터 70t 늘어난 것으로 7개월새 7% 증가했다. 외화보유액에서 차지하는 금 비중도 8.3%에서 9.8%로 늘었다.

이는 푸틴 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강화된 서방의 제재에 맞서 미국 달러와 유로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 외화보유액 가운데 달러와 유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심각한 대립 속에 있는 푸틴 정권은 제재에 대항하기 위해 금이나 중국 위안화 구입을 늘리는 한편 달러와 미국 국채 비중을 줄이고 있다.

여기에 국제 금값 약세는 러시아의 금 매입에 불을 당겼다.

금값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인상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4년여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실제로 지난 3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22.20달러(1.8%) 빠진 온스당 1,192.90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이는 2010년 8월3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아울러 러시아의 금 ‘사자’는 서방 주요국의 재정악화와 대한 방어적인 움직임일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주요국의 부채가 늘고 있는 가운데 금에 분산 투자해 자산 보유 리스크를 줄이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일국의 재정문제와 무관한 ‘무국적 통화’인 금 보유를 늘림으로서 향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시장에는 러시아가 향후 수년간 금 매입을 늘릴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합리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금이나 준비통화를 예치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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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금융기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금의 비중이 60%대인 프랑스와 독일에 비해 러시아는 아직 낮기 때문에 “러시아중앙은행은 연말까지 200t의 금을 추가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도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 중국은 서양의 대러 제재를 비판하면서 러시아와의 경제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한 달 간 모스크바 거래소에서 체결된 위안-루블화 거래는 7억4900만달러(약 78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배 급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서방에 대항하는 두 대국, 중국과 러시아가 금으로 이동을 가속화하면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상이 흔들릴 지 주목되고 있다”고 전했다.

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