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 하루 1000만배럴 감산…7~12월 800만배럴로 축소

한국투자증권 “시장, 2000만배럴 감산 기대”

한국투자證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비(非)OPEC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 OPEC+의 긴급 회의 결과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OPEC+는 지난 9일(현지시간) 긴급 화상 회의를 열어 5~6월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00만배럴 감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7~12월에는 감산 규모를 800만배럴로, 2021년 1월부터는 600만배럴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OPEC+는 기타 산유국의 감산 동참 여부와 별개로 감산을 감행하겠면서,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미국, 캐나다 등 주요 산유국에 500만배럴 감산 동참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를 포함하면 총 감산 규모는 약 1500만배럴이다.

이승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000만~1500만배럴은 OPEC 역사상 최대 감산 규모이긴 하나 시장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시장에서는 2000만배럴 감산을 기대했었다"고 평했다.

실제 발표된 감산 규모인 1000만~1500만배럴은 글로벌 원유 생산량의 10~15% 수준이지만, 수요 감소량은 최대 3000만배럴에 달할 전망이라 감산 규모가 수요 위축을 상쇄하기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3% 하락한 배럴당 22.76달러로 마감했다.

감산 기준월이 공개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 연구원은 "실질적인 감산량에도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앞서 긴급회의가 6일에서 9일로 미뤄진 이유도 사우디와 러시아간의 기준월 설정 관련 마찰 때문이었다"며 "생산량 기준월이 4월일 경우 두 국가의 감산 규모는 약 700만배럴 수준이지만 감산 기준이 1분기 평균 생산량일 경우 감산량은 약 570만배럴이다. 실질적인 감산량이 130만배럴이나 차이 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감산 기간도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발표된 감산 계획에 따르면 OPEC+ 회원국은 2분기까지 1000만배럴을 감산하고, 이후 감산 규모를 점차 축소한다. 실제로 2분기에 수요가 제일 위축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미 공급 과잉으로 재고가 많이 쌓인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최근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는 1518만배럴 증가했고, 실시간 예측한 2~3월 OECD 원유 재고도 적정 수준을 초과한 상태"라면서 "일각에서는 현 생산량에서 1000만배럴을 감산할 경우, 5~6월에 전세계 원유 저장고가 모두 채워지며 저장 용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OPEC+ 감산 회의라는 정치적 이벤트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공급 이슈가 일단락되면서 가격 결정의 나머지 한 축인 수요측 요인만 남았다. 향후 유가의 추세적 반등 시기는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제는 진짜 수요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