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산하 질본이 컨트롤타워

관계부처 협의 곳곳서 ‘엇박자’

우한교민 이송 놓고 잇단 혼선

학교 개학 연기 여부도 혼란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와 보건당국이 상황별로 대응하고 있으나 범정부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공항 검역과 국내 2차감염 차단을 위해 신속한 대응과 조치는 물론, 교민 국내 이송과 보호시설 격리 등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닌데 정부 관련 부처가 제각각 나서는 등 곳곳에서 혼선이 벌어지는 것이 그 방증이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의 신종코로나 대응은 질본이 중앙방역대책본부로서 현장 방역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면서 방역조치를 담당하고, 복지부에 설치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필요한 지원을 담당하면서 부처간 협조요청이 필요한 경우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복지부 산하 질본이 컨트롤타워인 셈인데, 부처간 유기적인 협조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구조다. ▶관련기사 2·3·4·5·9·19면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유입과 확산을 차단하고자 범부처 차원에서 총력을 다한다고 하지만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보니 관계부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우한 교민 이송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29일 "유증상자 교민도 데려올 것"이라고 밝혔지만 외교부는 "유증상자는 탑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딴 목소리를 냈다. 결국 무증상자만 데려오기로 결론이 났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전날 중수본 브리핑에서 “중국 당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현지 검역법령과 검역절차를 존중해 우선 무증상자만 이송을 하도록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교민 이송 계획에서도 부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이 보인다. 복지부가 "30일과 31일 각각 2대씩 총 4대의 전세기를 잇달아 투입해 700명의 교민을 철수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외교부에 따르면 30일 우한 전세기 출발이 30일 밤으로 늦어지고 전세기도 1대로 줄었다. 이에 외교부는 2대에 나눠 데려오려했던 교민을 1대에 모두 탑승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감염병 차단을 위해 자리를 뛰어 간격을 두고 앉혀야 한다는 복지부의 의견이 반영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정부가 전세기로 귀국하는 우한 교민을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1인1실로 배정하고 격리 수용하기로 한데 대해서도 ‘졸속결정’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차관은 두곳의 임시생할시설이 어떤 기준으로 정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관련부처 간 협의와 투명한 절차를 거쳐 결정됐다는 걸 보여줘야 주민들을 설득하고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설득 방안과 관련 대책이 나와야 하는 만큼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셈이다.

부처를 뛰어넘는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보니 개학 연기와 휴업 문제에서도 혼선이 빚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해 일부 시도에서 일선 학교에 개학 연기나 휴업권고를 하겠다는 얘기가 나오자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꾸려진 복지부는 “국내 2차 전파가 확인되지 않아 개학 연기나 휴업을 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고 다른 목소리 내 혼란을 가중시켰다. 부처간 협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교육부는 전국 모든 학교에 개학연기나 휴업을 권고하는 방안을 두고 보건당국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의 콘트롤타워가 잘 작동하지 않으면서 지자체에서는 앞다퉈 의심환자를 제각각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과도한 공포와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나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어떤 통제도 받지 않고 이중으로 발표되고 이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확산되고 있다. 위기상황에는 한 목소리가 나가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발표들이 나오면 국민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자체의 유증상자나 의심환자는 중앙에 보고하고 발표하는 등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