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다섯’ 정동극장, 공연예술인 열망 담아 새로운 도약…“전통 넘어 다양하게”
[정동극장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25년 전 시내에 좋은 극장 하나가 있어야 된다고 해서 많은 공연예술인들이 건의해 어렵게 만든 극장이에요.” (연극배우 손숙)

“늘 무대예술의 성지가 될 수 있는 정동극장을 꿈꿔왔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가 정동극장을 잊고 살았어요. 25년을 맞아 더 새롭고 크게 각오하고 정동극장을 아끼는 사람들을 가까이 오게 했다는 마음이 들어 기쁩니다.”(연극배우 박정자)

1995년, 많은 공연 예술인들의 열망을 담아 도심 한가운데 정동극장이 세워졌다. 근현대 문화가 살아숨쉬는 이 공간이 어느덧 개관 25주년을 맞았다. 스물 다섯이 된 정동극장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이사는 16일 진행된 정동극장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개관 25주년인 올해 새로운 도약 세 가지와 앞으로 추진할 꿈 하나를 설정했다”며 “25년 정동극장의 역사와 가치를 다시 밟아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2020년을 만들어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스물 다섯, 정동-새로운 도약, 무한의 꿈’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정동극장은 그 어느 해보다 공격적인 행보와 변화를 이어간다.

가장 큰 변화는 ‘전통 상설공연’의 중단이다. ‘전통 상설공연’은 2000년 4월 첫 선을 보인 이후 20년간 이어져 온 정동극장의 대표 공연이다. 누적 공연 회수 8825회, 누적 관객 약 209만 명을 기록하고 세계 67개국, 122개 도시에서 해외 투어 공연을 펼치는 등 다양한 의미와 기록을 만들어 왔다.

‘스물 다섯’ 정동극장, 공연예술인 열망 담아 새로운 도약…“전통 넘어 다양하게”
김희철 정동극장 대표이사 [정동극장 제공]

김 대표는 “정동극장은 공연문화예술의 진흥과 발전, 전통예술의 계승과 발전을 설립 목적으로 하는데, 그동안 후자에 치우쳐 왔다”며 “양쪽의 균형을 맞추고, 정동극장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자 했다”며 ‘상설공연 종료’ 선택의 이유를 설명했다.

상설공연은 마무리하는 대신 보다 다양한 장르와 콘텐츠가 강화됐다. 정동극장의 ‘창작ing’ 프로젝트를 통해 레퍼토리 공연으로 자리 잡은 ‘적벽’을 비롯해 조선 후기 소설을 읽어주던 직업 낭독가 전기수를 소재로 한 뮤지컬 ‘판’, 신예 아티스트들이 출연하는 대중음악 콘서트 ‘정동 발라드’, 해설이 있는 오페라 콘서트를 표방한 뮤지컬 배우 양준모의 ‘오페라 데이트’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자체 공연만으로 운영했던 방식도 버렸다. 민간 제작사와 공동기획을 한 뮤지컬 ‘아랑가’, 송승환 PMC프로덕션 총예술감독이 배우로 출연하는 신작 연극을 시작으로 이른바 ‘명배우 시리즈’도 새롭게 선보인다. 개관 25주년 기념공연으로 발레리나 김주원의 ‘사군자-생의계절’이 마련돼있다.

기존에는 없었던 예술단이 만들어진 것도 올해 나타난 정동극장의 변화다. 김 대표는 “상설공연의 종료로, 출연자 14명을 예술단으로 꾸렸다”며 “정동극장 예술단만의 전통 콘텐츠와 독보적인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물 다섯’ 정동극장, 공연예술인 열망 담아 새로운 도약…“전통 넘어 다양하게”
오는 2월 14일 정동극장에서 2020년 첫 공연을 앞둔 적벽 [정동극장 제공]

정동극장 소속 예술단은 앞으로 정기공연체제와 특별공연체제를 통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전통을 소재로 한 다양한 실험과 변주를 통해 개발된 대중성 있는 전통 창작공연을 관객에 선보여 나갈 계획이다. 올해에는 LA 문화원 개원 40주년 기념 공연 참가와 가을, 도쿄 문화원 초청 공연,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 공연 등을 준비 중이다.

공공의 역할과 기능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5월에는 어린이를 위한 야외마당 축제, 가을에는 책 문화 콘서트를 연다. 각국 대사관과 함께 ‘정동영화제’를 개최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소속 예술단을 주축으로 국내외 관객이 우리 전통예술을 만나게 하는 ‘정동 전통 아카데미’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25주년을 맞으며 정동극장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확대하기 위한 재건축 추진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25년의 역사가 있는 국립극장으로서 수행할 역할이 있다. 다양한 시민들의 욕구 충족 위해 인프라의 개선과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건물과 시설 노후로 극장의 안정성 확보,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해선 재건축이 절실하다. 앞으로 미래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시설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동극장에선 대극장 600석, 소극장 300석 규모를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의 구체적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 대표는 “건물의 내부 시설과 외관, 노후를 봤을 때 리모델링이나 적극적인 보수가 필요한 시점이다”라며 “다만 정동길은 문화재가 많은 지역이라 건축에 대한 난관이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정이 있는데, 지금은 기획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동극장 측은 전문 설계 업체를 통해 1차적인 안들이 나온 상태로, 재수정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