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 FDA 넘어 세계로 <上>
FDA, 작년 8개 승인 역대 최다
삼성바이오에피스·SK바이오팜 등
혁신 신약 개발 ‘세계적 수준’ 입증
美시장 글로벌 진출 성공 가늠자
제약바이오 ‘국민산업’ 두각 박차
한국바이오가 글로벌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과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FDA 승인은 그 출발점이다. 헤럴드경제는 두 차례에 걸쳐 지난 해 미 FDA 승인을 받은 국산 의약품과 향후 승인이 기대되는 신약들을 조명해본다.
지난해 미국식품의약품청(이하 FDA)의 승인을 받은 국내 의약품이 8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 세계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 입성에 성공하며 국내 의약품의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기대된다. 다만 미국 시장의 성패 여부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또는 실패를 예측해볼 수 있어 미국 시장의 성과는 매우 중요한 기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 해 8개 의약품 FDA 승인…삼성바이오·SK바이오 두각=지난 해 미 FDA의 승인을 획득한 국내 의약품은 총 8개다. 1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항암제 ‘온트루잔트(국내명 삼페넷)’를 시작으로 거의 매월 한 개 내지 두 개 의약품이 승인을 받았다.
특히 바이오시밀러의 약진이 눈에 띄는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온트루잔트에 이어 4월에는 ‘에티코보’, 7월에는 ‘하드리마(유럽명 임랄디)’로 각각 FDA 허가를 획득했다. 두 제품 모두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다.
국내 바이오시밀러의 FDA 승인은 2016년 셀트리온의 ‘인플렉트라(국내명 램시마)’를 시작으로 2017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렌플렉시스(국내명 레마로체)’, 2018년 셀트리온의 ‘트룩시마’, ‘허쥬마’ 까지 매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3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승인받아 미 FDA 관문을 뚫은 국내 바이오시밀러는 총 7개가 됐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가 개발한 대부분의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미 FDA 승인을 받았다는 건 국내 바이오시밀러 산업이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와 함께 지난 해 두각을 나타낸 곳은 SK계열 바이오기업이다. 우선 SK바이오팜은 지난 해 3월 수면장애치료제인 ‘수노시(성분명 솔리암페롤)’에 이어 11월 뇌전증치료제인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미 FDA 승인을 획득했다.
2011년 SK가 100%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SK바이오팜은 설립 8년만에 자체 개발한 신약 2개가 미 FDA 승인을 받는데 성공했다. SK는 지난 1993년부터 신약 연구 개발을 시작해 주로 중추신경계 질환을 위한 합성 신약 개발에 집중해 왔고 SK바이오팜은 지주사 SK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신약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지난 해 엑스코프리의 FDA 승인 후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은 “엑스코프리는 국내 제약사에서 신약 후보물질의 발굴부터 임상 개발 및 판매 허가 신청까지 기술수출 없이 독자적으로 진행한 첫 사례”라며 “SK바이오팜은 수노시에 이어 엑스코프리까지 국내 최초로 FDA 승인 혁신 신약을 2개 보유한 유일한 제약사가 되었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혁신 신약 개발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국내 토종 제약사가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SK 계열사인 SK케미칼은 11월 붙이는 패치 형태의 치매치료제인 ‘SID 710(성분명 리바스티그민)’으로 FDA의 승인을 획득했다.
그 밖에 2월에는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주름개선제 ‘주보(국내명 나보타)’가 FDA 승인을 획득하며 국내 보톡스 제조사 중 가장 먼저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또한 4월에는 셀트리온이 항생제 복제약인 ‘리네졸리드’로 FDA 승인을 받아냈다.
▶미국,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40% 차지…미국 시장 성과가 성패 가늠자=의약품이 미 FDA 승인을 받았다는건 단순히 한 국가에서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국은 전 세계 의약품 시장 중 가장 큰 시장이다. 미국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571조원 규모로 전 세계 의약품 시장(1418조원)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즉 미국 시장의 성공 여부는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가늠자가 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전 세계 제약업계에서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는 시장이기에 FDA 승인은 미국을 넘어 유럽, 아시아 등으로의 진출을 보장하는 증명서와 같다”고 말했다. 다만 FDA 승인이 바로 해당 의약품의 성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승인을 받았다 하더라도 출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출시 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실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에티코보나 하드리마와 같은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오리지널의약품의 특허 기간이 아직 남아있어 에티코보는 2028년 이후, 하드리마는 2023년 이후부터 출시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FDA 승인이 매우 유리한 조건인 건 맞지만 실제 출시 후 매출이 어느 정도 될지 등은 또 다른 문제”라며 “하지만 미국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미국 인구의 단 몇 %만 사용하더라도 매출액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