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득권 저항에 낡은 규제 넘지 못하는 정치권에 쓴소리
- 국회 비합리적 행태에 인터뷰 중 눈물 보이기도
- 활력 잃고 고착화된 사회 구조…9100달러 기성 세대는 이제 물러나야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기득권의 저항과 낡은 규제에 길 잃은 정치, 역동성을 상실하고 정체된 대한민국’
이는 기업인을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의 박용만 회장이 요약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그의 별명은 ‘규제개혁 전도사’다. 낡은 규제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기에 이를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고 수년째 입버릇 처럼 외치고 있기에 붙여진 호칭이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본질적으로 규제를 바라보지 않는다. 규제는 결과물이자 껍데기다. 박 회장은 대한민국을 가로 막는 꽉 막힌 정서와 폐쇄적 구조를 지적한다. 그러면서 결국 정치권이 급변하는 사회의 변화를 담아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그는 새해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다시는 20대 국회와 같은 입법부는 반복 되지 않아야 한다”며 국회를 정조준했다.
박 회장은 규제 개혁의 부진 이유를 3가지로 요약했다. 국회라는 로드블럭(road block). 행정부의 소극 행정, 기득권의 침해와 피해 목소리에 멈춰버린 사회적 토론이다.
지난 한 해 부진했던 규제 개혁의 결과에 대해 그는 특히 기득권의 장벽에 주목한다. 기득권은 단순히 가진 자를 지칭하지 않는다. 박 회장은 “기득권은 대기업에서부터 소상공인, 영세사업자들까지 포함한다”라며 “그동안 우리나라는 빠른 발전을 해오는 과정에서 형성된 기득권의 제도가 그대로 이어지며 오늘날 새로운 산업 변화를 불가능하게 할만큼 고착화 돼 있다”고 지적했다.
퇴출되어야 할 한계기업이 도리어 증가하고, 주력 10대 기업이 지난 10년 간 단 2개 만이 교체되는 등 역동성이 떨어지고 구조적으로 짜여진 형태가 이어지는 현실도 이런 장벽이 낳은 산물이라 그는 지적한다.
“구조 개혁이 굉장히 더디기 때문에 미래가 과연 어찌될 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진단한 박 회장은 곧바로 정치권과 행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최근 벌어지는 타다 갈등에 대해 박 회장은 “타다를 택시와 타다업의 이해집단끼리의 충돌로 보고 양자간의 합의를 종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라며 “정부는 기득권의 이해나 충돌에서 빠져나와 신산업이 진행될 수 있게 하고, 피해를 보는 부분에 대해선 보전과 보호를 하는 등 결국은 정부의 역할에 의해 산업이 미래 산업으로 마이그레이션(migration)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어 국회의 규제 개혁에 대해서도 “규제의 문제는 법과 제도의 틀이 낡은 데 있다”라며 “근본적으로 법과 제도의 틀을 바꾸어야 하는 데, 국회가 전혀 협조를 해주고 있지 않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규제의 틀에 가로 막힌 청년 벤처기업가들을 위해 국회를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으로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는 암울한 국회의 현실에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20대 국회와 같은 국회는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박 회장은 스스로를 생애 1인당 GDP 9100달러의 시대 인물이라 칭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9100달러의 후진국 국민은 이제 좀 뒤로 물러나고 젊은이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시대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 변화의 또 다른 동력으로 세대교체를 주문한 것이다.
현재 연임 중인 박 회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임기 종료까지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 3개월 여. 박 회장의 절규와 호소가 기득권으로 꽉 막힌 우리 사회에 일대 전환점을 안겨 줄 수 있을 지 내년 한 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