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사문학상에 응급의사 남궁인 대상 선정
메스를 잡을까, 펜을 잡을까, 등단기회도 제공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아침의 퇴근길. 남들이 막 활기차게 출근하는 시간은, 내겐 혼곤하게 근무를 마친 시간이다.(중략) 나는 방금 전까지 응급실에서 있었던 일까지도 쏟아낸다. 어머니는 그 이야기를 가장 생생하게 전달받는 사람이 된다. 가끔은 간밤에 배우자를 잃은 남편의 통곡을 설명하다가 같이 울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원래 더 이상 살아가기 어려운 법이란다.’ 어머니는 나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답변을 해주신다. 의식이 가물거리는 아들과 그 의식을 붙잡기 위한 어머니의 통화. (중략) 시간이 흘러 늙어버린 나는 어떤 순간을 추억하며 살아갈까. 힘든 밤을 보내고 맞은 아침 공기를 들이켜며 혼곤한 정신을 붙들고 거는 전화, 나를 지키려는 어머니의 음성…이것이 영영 기억에 남아 그리워하며 살 것임을 안다.”
매일 매일 사투를 벌이는 응급실 의사가 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1등이라 등단할 기회까지 주어진다. 설사 등단할 것은 아니라도 그의 문학성은 생생하고 체감도가 높기에 색다른 가치를 부여받는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에 근무하는 남궁인조교수는 5일 보령의사수필문학상 응모작 88편 중 장원에 뽑혔다.
보령제약(대표 안재현, 이삼수)이 제정해 15회째를 맞은 보령의사수필문학상 대상 작품 제목은 ‘아침의 퇴근길’이다. 심사는 한국 수필문학진흥회(회장 이상규)가 제대로 했다.
금상에는 장석창 원장(부산탑비뇨기과의원)의 ‘마주도는 팽이’, 은상에 김지선 원장(맘편한내과의원)의 ‘1%’와 홍유미 전문의(전북대병원)의 ‘희비의 진통실 앞에서’가 선정되었으며, 동상에는 이재명 원장(미래제일산부인과의원)의 ‘모유박스’, 이재철 교수(서울아산병원)의 ‘친구’, 이성희 전문의(보령아산병원)의 ‘오늘이야기’, 이윤영 원장(안성한주의원)의 ‘가을의 선물’, 정찬경 원장(부평밝은눈안과)의 ‘아플 수 있어서 다행이다’가 선정됐다.
대상을 받은 남궁 조교수에게는 상패와 부상으로 순금 25돈 메달과 함께 수필 전문잡지 ‘에세이문학’을 통해 공식 등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금상, 은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15돈, 10돈의 순금 메달이 수여된다.
보령의사수필문학상은 '당신이 있기에 세상은 더 따뜻해 집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의사들이 직접 쓴 수필문학을 통해 생명을 존중하고, 의사들이 써 내려가는 감동의 이야기가 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의술임을 알리고자 하는 보령제약의 뜻을 담아 제정한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