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4구 ‘매물잠김’ 현상 뚜렷

2년전대비 거래량 60% 줄어

상한제 이후로 청약시장 과열

재건축 커트라인 70점대 예상

일반매물 품귀·신규분양 가점 70점 육박…높아진 ‘강남의 벽’
한 견본주택에 주택 마련을 하려는 수요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
일반매물 품귀·신규분양 가점 70점 육박…높아진 ‘강남의 벽’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직접 ‘부동산 가격을 반드시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서울 강남지역엔 거래감소와 공급부족 등으로 상승추세가 이어질 조짐이다. 이에따라 강남 입성의 벽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 서울과 수도권 집값 상승으로 이끌어낸 강남 4구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지난 2년간 절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매물이 줄어드는 ‘매물잠김’이 이 지역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게다가 이달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강남권에서 분양을 받으려면 청약 가점 70점대 중반을 넘겨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이미 ‘공급 부족’ 스트레스가 부동산 시장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강남 4구 아파트 매물 2년 간 60% 줄어=2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938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만5846건)의 59%에 불과하다. 이를 2년 전인 2016년 동기(2만3562건)와 비교해보면 40% 수준으로 떨어진다.

2년 새 강남 일대 아파트 매물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시장에 물건이 줄자, 가격이 올라간 것은 수순이었다. 이 기간 강남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은 가파르게 이뤄졌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남구는 최근 2년동안 ㎡당 가격이 1301만원에서 1886만원으로 45% 상승했다. 서초구(43%), 송파구(46%), 강동구(33%)의 가격 오름세도 높았다.

▶4인 가족·무주택 15년도 ‘강남 분양’ 어렵다=집값은 오르는데 조급해진 수요자들은 너도나도 아껴둔 청약통장을 쓰고 있다.

19일과 20일 나란히 청약 당첨자를 발표한 르엘 신반포센트럴과 르엘 대치의 청약 커트라인은 각각 69점과 64점이었다. 69점은 4인 가구가 무주택 기간 15년,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을 모두 채워야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다. 64점은 3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다.

두 곳 모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분상제 이후 강남권 정비사업이 사업성 악화로 추진되지 않을 것이란 ‘공급부족’ 신호가 수요자들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강남권 청약 커트라인은 70점대 중반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미윤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부 차장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 확장되면서 고가점자들이 분양시장으로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기지역 청약가점은 뒤로 갈수록 치열해져 강남권을 비롯한 강동구 일대 재건축 아파트 커트라인은 70점대에 육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집’ 부족한데 ‘수도권 공급’ 카드 먹힐까=분양가 9억원 이상으로 중도금 집단대출도 되지 않는 강남권 청약시장에서 ‘무주택 현금부자’의 규모가 드러나면서, 시장 안팎에 상대적 박탈감도 번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고가 주택 가격을 반드시 잡겠다”고 강조하며 신도시와 수도권 30만호 공급물량 증가를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청약 시장 결과는 서울에서도 핵심지에 대한 수요 강세를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서울 도심으로의 접근성 등 인프라 확대 없이는 신도시와 수도권 공급확대가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청약 시장에서도 이 같은 수요자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이 이달 12일까지 올해 서울 지역에서 분양된 아파트 청약 결과를 분석한 결과, 청약 당첨 평균 가점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송파구로 나타났다. 이 지역 분양 아파트의 청약 평균 가점은 68.5점으로 집계됐다. 이어 강남구(65.4점), 동작구(65.2점), 성북구(64.7점)으로 모두 3인가구 기준 청약 가점 만점이 평균 점이었다. 반면, 서울에서 청약 당첨 가점이 가장 낮은 도봉구의 경우는 27.6점에 그쳤다.

성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