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정신병원 환자가 물건을 훔쳤다는 이유로 다른 환자들 앞에서 손을 들고 서 있도록 한 병원의 체벌 행위는 치료목적의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에 따르면 경남 소재 정신병원의 간호사 A 씨는 환자 김모(28ㆍ정신지체장애 2급) 씨에게 올 2월 다른 환자의 물건을 훔쳤다는 이유로 다른 환자들이 보고 있는 TV 앞에서 손을 들고 서 있게 하는 체벌 행위를 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김모 씨는 평소에도 다른 환자의 생필품을 훔치는 등 도벽증세가 있었고, 그때마다 A 간호사는 구두경고와 함께 30분간 손을 들고 서있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김모 씨의 도벽증세와 관련해 치료행위를 한 별도의 진료기록은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이같은 체벌 행위가 오히려 환자에게 신체적 고통과 타인 앞에서 굴욕감을 주는 것으로, 피해자의 인격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유엔 정신장애인 보호 및 정신보건의료 향상을 위한 협약 원칙8 제2조는 “모든 환자들은 적절치 못한 의료, 다른 환자나 직원, 기타 다른 사람들로부터 학대 혹은 정신적 불안이나 신체적 불편을 야기하는 행동을 포함하는 위해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정신보건법 제45조 제1항에 의하면 정신의료기관 등의 장은 정신질환자에게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행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으나, 이는 의료목적을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인권위는 체벌 행위가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위한 의료행위로 볼 수 없고, 해당 병원은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정신의료기관으로 환자의 도벽은 전문의 상담 등을 통해 치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병원장에게 A 간호사를 경고조치하고 소속 직원들에게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 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