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통지문, 우리 기업 재산권 침해 문제 제기한 듯

-南 창의적 해법 고민하지만…北 이미 문서교환방식 통보

北, 南 제의 금강산회담 받을까?…문서교환방식 고수 배제 못해
정부는 28일 오전 북한에 금강산관광 문제와 관련해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개최하자는 내용의 대북통지문을 발송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 매체들이 지난 23일 보도한 금강산관광지구 시찰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과 합의해 싹 들어내라”고 지시한 바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정부와 현대아산이 금강산관광 문제 협의를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을 제의한 가운데 북한의 수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와 현대아산은 28일 오전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각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금강산국제관광국 앞으로 통지문을 전달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북측이 제기한 문제를 포함해 금강산관광 문제 협의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했으며 관광사업자가 동행할 것임을 통지했다”면서 “현대아산은 당국 대표단과 동의해 북측이 제기한 문제와 더불어 금강산지구의 새로운 발전방향에 대한 협의를 제의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번 제의를 수용해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이 열릴 경우 현대아산 관계자가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은 “정부와 사업자 간 협의는 계속 긴밀하게 이어지고 있다”며 “금강산에 있는 여러 가지 자산들이 당국과 한국관광공사, 또 현대아산을 비롯한 민간기업 소요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북한 측에 보낸 통지문에는 우리 기업의 재산권에 대한 우려가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보도자료에서 “남북관계 모든 현안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금강산관광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 기업의 재산권에 대한 일방적인 조치는 국민정서에 배치되고 남북관계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남북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대북통지문 내용과 관련해 “우리의 입장과 우리의 어떤 공식적인 제안사항들을 충분히 담아서 통지했다”고 소개했다.

남북 금강산관광 실무회담이 열린다면 전례에 따라 국장급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만 대북통지문에서 실무회담 개최 시기는 못 박지 않았다. 통일부는 편리한 시기에 금강산에서 개최할 것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남북 실무회담이 개최될 경우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창의적 해법도 협의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 실행하는 부분들은 국제환경이라든지, 남북간 협의, 남북관계 진전, 국민적 공감대 등을 충분히 고려해 진행돼야한다”며 “창의적 해법을 마련하는 원칙 속에는 남북 간 협의가 포함돼 있다”고 했다.

문제는 북한의 당국간 실무회담 제의 수용 여부다. 북한은 북미대화가 교착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며 남북대화에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특히 북한은 지난 25일 금강산국제관광국 명의로 통일부와 현대아산 측에 각각 보내온 통지문에서 합의되는 날짜에 금강산지구에 들어와 당국과 민간기업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해 가기 바란다면서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교환방식으로 하자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북한 최고영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 지시가 보도를 통해 공개된 지 불과 이틀만으로 변경의 여지가 적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또 북한이 문서교환방식이라고 명시한 것은 창의적 해법을 통해 금강산관광 재개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정부와 달리 시설 철거 이외에는 관심도 없고 논의할 의중도 없음을 내비친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날 대북통지문을 접수하면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변인은 “통지문 수발시과 관련한 남북 간 행위는 예전과 다름 없이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이번 대북통지문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면서 “통지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에 대해 따로 확인해드릴 만한 사항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김 국무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 시찰 때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남측에 의존한 금강산관광 개발과 운영을 비판하면서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서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