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원 22년·하원의장 10년, 인생의 가장 큰 영예”
국민투표 당시 EU 잔류에 투표…보수당서 “브렉시트 반대 치우쳤다” 비판도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반대 입장을 나타내온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이 하원의장직과 하원의원직에서 물러나겠다다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버커우 의장은 이날 하원에서 개인 성명을 통해 사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오늘) 실시하는 조기 총선 동의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이 의회 회기가 끝나는 대로 하원의원직과 하원의장직 임기를 마칠 것"이라며 "만약 동의안이 통과하지 못한다면 (브렉시트가 예정된) 10월 31일 물러나는 것이 가장 차질을 덜 주는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버커우 의장은 "언제나 백 벤처(backbencher·내각에 참여하지 않은 평의원)의 옹호자이자 '안전장치'(backstop)가 되려고 노력했다"면서 "하원의 지지가 없었다면 의장직을 수행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하원의원으로 22년, 하원의장으로 10년을 보낸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영예였다고 밝혔다.
2009년 하원의장직에 오른 버커우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유럽연합(EU) 잔류에 표를 던졌다.
당초 9년간의 하원의장직 수행 후 지난해 여름에 사퇴할 예정이었지만 브렉시트 일정을 마무리 짓고 싶다며 자리에 남았다.
그러나 보수당은 그가 중립을 지켜야 할 하원의장직에 맞지 않게 브렉시트에 반대하고 친 노동당적인 성향을 보이는 등 불공정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영국 언론은 테리사 메이 전 내각이 버커우 의장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하원의장 퇴임 후 귀족 지위와 상원의원직을 보장하는 관례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 보리스 존슨 내각 역시 조기 총선이 열리면 관례를 깨고 버커우 의장의 지역구에 보수당 후보를 '표적 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중립성 지적에 버커우 의장은 자신이 의회 권리의 맹렬한 수호자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날 버커우 의장이 사퇴를 발표하자 야당을 중심으로 한 하원의원들은 기립박수로 감사를 표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버커우 의장이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면서 하원의장직 수행 방식을 변화시켜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