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사서 독재자로 추락…국민들 싸늘한 반응

2017년 부인에게 대통령직 물려주려다 쿠데타로 퇴진

'짐바브웨 37년 독재' 무가베. 95세로 사망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남아프리카 짐바브웨를 37년간 통치한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이 95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무가베 전 대통령이 숨졌다고 밝혔다.

음낭가과 대통령은 "무가베는 자유의 상징이고 국민의 해방과 자강을 위해 일생을 바친 범아프리카주의자였다"면서 "우리나라와 대륙의 역사에 대한 그의 기여는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영국 BBC는 무가베 대통령의 가족을 인용. 그가 싱가포르에서 건강이 악화해 숨졌다고 보도했다.

무가베는 올해 4월부터 싱가포르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과 중국은 무가베의 사망에 애도를 표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무가베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식민주의에 대한 짐바브웨의 지속적이고 용감한 투쟁은 우리(남아공)의 반(反)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투쟁을 고취했다"고 밝혔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무가베는 짐바브웨의 걸출한 민족해방운동 지도자이자 정치인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짐바브웨 국민의 반응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짐바브웨인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애도는 혼자 하라. 나는 (무가베를 애도하는데) 낭비할 눈물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반대파 숙청이었던) '구쿠라훈디' 당시 은데벨레인 10만명을 학살한 개, 로버트 무가베가 죽었다는 좋은 소식을 들으며 금요일이 시작됐다. 불행히도 그는 사과조차 하지 않고 죽었다"고 적었다.

무가베는 2년 전 퇴진하기 전까지 세계 최장기, 최고령 집권자로 통했다.

1980년부터 장기 독재를 해 온 무가베는 41살 연하의 부인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고 시도하다 2017년 11월 군부 쿠데타와 의회의 탄핵 절차 등에 직면한 뒤 사임했다.

무가베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옛 로디지아의 백인 정부를 무너뜨리고 짐바브웨 건국에 앞장선 독립투사로 국민의 칭송을 받다가 독재자로 추락해 불명예 퇴진했다.

1924년 짐바브웨에서 태어난 무가베는1964년 국민저항 운동을 이끈 죄로 이후 10년간 정치범 수용소와 감옥에 수감됐다.

그는 56세이던 1980년 선거에서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아 짐바브웨 초대 총리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독재자로 변모해 반대 인사 탄압과 부정부패, 사치 등으로 국가를 파탄에 빠뜨렸다.

AFP 통신은 북한의 지원을 받아 훈련된 특수부대가 구쿠라훈디 작전이란 이름으로 은데벨레족 민간인 약 2만명을 고문하고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은데벨레족은 무가베의 정적을 지지한다는 이유 때문에 학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가베는 1983년에도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마타벨레랜드 지역에서 주민 수천명을 살해했다.

경제 측면에서도 자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을 사실상 국유화하려 드는 등 실정이 잇따랐다.

짐바브웨 내 백인 농장주들의 농장과 땅을 몰수하는 토지개혁 정책을 폈지만, 생산성 저하로 농업 부문의 몰락을 초래했다.

이로 인해 해방 당시만 해도 아프리카에서 가장 의식주가 양호한 나라로 꼽혔던 짐바브웨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추락했다. 2009년에는 천문학적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자국 화폐를 포기하고 미국 달러를 대신 쓰게 됐다.

무가베는 그 와중에도 매년 수억원을 들여 호화 생일잔치를 벌이고, 경제난의 책임을 자신과 심복들을 제재한 서방세계 탓으로 돌리며 권력을 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