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러시아서 차량 구독 서비스 ‘현대 모빌리티’ 개시 예정
-현대차 최초의 직접 사업 진출…현지 완성차 제조업체로서도 최초의 공유 사업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전환 일환…수소차 시장 확대에도 도움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지난해부터 세계 각지의 유력 모빌리티 플랫폼과 협업해 차량공유 서비스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이번에는 러시아에서 직접 차량공유 사업을 시작한다. 스마트모빌리티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현대차의 청사진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2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현대차가 러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스콜코보 혁신센터’와 함께 준비해온 차량 구독 서비스인 ‘현대 모빌리티’가 오는 10월 본격 개시될 예정이다.
차량 구독 서비스란 렌탈과 차량공유가 결합된 것으로, 고객이 일정 금액만 내면 차종과 이용기간을 자유롭게 정해 탈 수 있는 서비스다. 현대차는 지난 5월 기존 러시아 딜러 센터의 시승 프로그램을 공유 서비스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하는 시간 만큼 차량을 시승할 수 있게 하고, 자유 기간제와 정기구독을 통해 일정 기간 차량이 필요한 고객에게는 맞춤형 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일단 현대차는 현대 모빌리티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테스트가 마무리되는대로 모스크바 등을 중심으로 한 12개 지점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크레타와 투싼, 싼타페 크로스 오버, 미니벤 등을 ‘구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1년까지 다양한 차종을 투입하고 러시아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10월께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는 스콜코보 혁신센터와 파트너십을 체결, 스콜코보 혁신센터 내에 ‘현대 모빌리티 랩’을 신설하고 이곳에서 차량공유 플랫폼인 ‘현대모빌리티’를 함께 만들어왔다. 그 동안 현대차가 현지 유력 모빌리티 플랫폼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차량공유 사업에 진출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시장에 직접 뛰어든 것은 러시아에서가 처음이다. 러시아 현지 완성차 업체로서도 최초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러시아 차량공유 시장에 직접 진출한 배경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그 동안 강조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작년 9월 인도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 기조연설에서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 밝힌 이래 국내외 차량공유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작년 1월 동남아 최대 카셰어링 업체인 그랩에 2억7500만달러 투자를 시작으로 인도 카셰어링업체 레브,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기업 마고, 호주의 P2P 카셰어링업체 카넥스트도어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올해 3월에는 인도 최대 호출형 카셰어링업체인 올라에 역대 최대 규모인 3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현대차가 3년간 277%의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18만대 규모로 성장한 러시아 차량공유 시장에서 모빌리티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며 서비스 기업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아울러 업계에선 정 수석부회장의 차량공유 사업 확대가 수소전기차 시장 확대와도 맞물려 있다 보고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인 카림에 올해 말까지 현대차 5000대를 공급하는 플리트(Fleet) 계약을 성사시킨 게 단적인 예다. 플리트 계약은 대형 렌터카 업체나 법인에 차를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모빌리티 시장에서 완성차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식으로 꼽힌다. 수소전기차도 플리트 계약으로 공급한다면 면대면 판매채널보다 빠른 시간 내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차는 이미 네덜란드에서 한 차량공유 플랫폼과 손을 잡고 아이오닉EV 100대를 공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