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위안’ 대규모 자본유출

기술·인재고립 우려 확산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이 기술·환율전쟁 등 전면적인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중국이 대규모 자본 유출과 생산성 하락 등 후폭풍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중국이 미국의 대(對)중 고율 관세의 맞불용 카드로 꺼내든 위안화 약세 카드로 인해,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오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 이후 현실화되고 있는 중국의 기술·인재고립 현상도 중국 경제를 개혁·개방 이전으로 되돌릴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달러·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이라는 심리적 지지선을 넘어선 이후 가장 긴장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자본시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홍콩과 마카오 등을 통한 자본 유출로 중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약세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규모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의 위안화 약세가 결국 대규모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쿠이즈 홍콩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책임자들 역시 대규모 자본 유출을 촉발할 우려가 있는 위안화의 약세가 마냥 달갑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경 간 인수·해외 지출을 감시하는 등 중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강력한 ‘자본 통제’도 대규모 자본 유출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위안화가 떨어지면 당장의 환차손 외에도 추가 약세를 대비한 자금 이전 수요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쿠이즈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사람들은 최근의 위안화 약세를 앞으로 위안화가 더 떨어질 조짐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는 자본의 해외 이전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미국과의 기술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중국의 ‘기술·인재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해외 기술 도입, 외국 인재 영입 등을 통한 중국과 국제 시장과의 연계가 무역 전쟁 이후 약화되면서 노동력과 자본의 생산성도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UBS는 기술 이전이 엄격히 제한되면 중국의 GDP 성장률은 향후 10년 간 매해 0.5%포인트 씩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의 기술·인재고립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은 지난 30년 간 중국이 누려온 고성장의 배경이 개혁과 개방이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경제 성장의 원천은 1970년대 후반 경제 및 정치 개혁으로 인한 노동력과 자본의 효율 증가”라며 “이후 새로운 기업과 인력이 유입되면서 시장 전체의 경쟁을 도모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손미정 기자/bal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