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대변인 “양국 매일 연락”

미국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갈등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국무부 등 행정부 뿐 아니라 의회에서도 한일관계 악화를 막기 위한 미국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는 11일(현지시간)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해 “한미일 3개국 관계 강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에겐 한미관계와 미일관계 모두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국무부는 (한미일) 3국의 양자관계·3자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공개적으로 또는 비공개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미국·한국·일본은 인도 태평양 지역 내 도전과제와 우선순위를 공유하고 있다”며 “한국·일본 모두와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5·6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한일 두 나라와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음달 1∼3일 태국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때 한미일 3자 회동 여부에 대해 그는 “우리는 매일 단위(on a daily basis)로 대사관과 국무부를 통해 이들 국가(한국과 일본)와 연락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의 바람대로 한일갈등 중재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미 충분한 답변을 했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동안 미 국무부는 지난 1일과 8일 한일관계와 관련해 ‘한미일 3자간 관계가 중요하다’며 다소 원론적이고도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날 오테이거스 대변인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 매일 소통하고 있다’는 입장은 10일 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전화통화를 한 이후에 나왔다. 한일갈등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 다소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 의회에서도 국무부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의원들은 한일갈등에 우려를 표하며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이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벤 카딘 민주당 의원은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이라며 “과거처럼 미국이 한일간 역사적 문제에 가교역할을 하며 (한미일간) 경제 관계와 안보 체제를 더욱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크리스 쿤스 민주당 의원도 “최근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해 양국 지도자들에게 양국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토록 촉구했다”고 했다.

우리 정부도 미 행정부와 의회 인사를 두루 접촉하며 한일갈등에 대한 미국의 역할론에 힘을 싣고 있다. 10일(현지시간)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백악관 고위 인사들을 만난 데 이어 의회 관계자와도 소통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상하원 쪽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파악해서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 미 행정부와 함께 나서서 도울 생각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