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경 예산안 확정 내주 출범 준비과정서 금감원과 갈등의 골

“규정안 조율없이 공개 국민 혼란 권한 오·남용 발생않게 만전을” 언론에 참고자료로 이례적 배포 자본시장 불공정행위 수사권을 갖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우여곡절 끝에 예산안까지 확정되면서 다음주 공식 출범한다. 그러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특사경 준비과정에서 불거진 금융감독원의 행태를 공개 비판하면서 금감원과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금융위 정례회의 직후 ‘특사경 관련 금융위원장 메시지’를 언론에 배포했다. ‘매서운 축사’로 읽혔다. 금감원을 작심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서다.

최종구 위원장은 “그동안 준비과정을 생각해 보면 부적절하거나 발생하지 않았어야 할 일이 생기는 등 미흡하고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도 많았다”며 “양기관(금융위·금감원) 협의가 다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규정안이 규정예고 명목으로 홈페이지에 게시돼 내용에 대한 시장과 국민의 큰 혼란과 기관 간 대립으로 비춰지게 된 점은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이 메시지는 최 위원장이 이날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하느라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대독했다. 금융위원장의 정례회의 때 발언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회의록 형태가 아닌 기자단 대상 참고자료로 배포한 건 이례적이다.

최 위원장은 “공무원이 아니면서 지명되고 그 업무범위나 파급효과가 대단히 큰 선례없는 사법경찰이 출범하는 것인 만큼 시장에서 많은 기대와 함께 큰 우려도 혼재돼있다”며 “출범 초기 행여 잡음이나 권한의 오·남용,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강조했다.

최종구 위원장이 발신한 이런 메시지에 금감원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공식 반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현업 부서의 젊은 직원들에게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수사권을 금감원에 주는 게 마뜩치 않아 수 년간 사문화한 상태로 특사경을 방치하던 금융위가 올 들어 국회 압박으로 시행을 서둘러 놓고, 준비과정상의 갈등을 금감원 책임으로 돌리는 게 합당치 않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들은 최 위원장의 작심 발언에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괜히 두 기관간 갈등을 부추기는 언사를 해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특사경 출범에 막판 변수였던 예산안도 금감원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추가경정예산 6억7000만원을 편성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금융위는 금감원 예비비 예산(9억원)에서 3억9450만원을 끌어 쓰는 안을 의결했다. 디지털 포렌식 장비·수사지원 시스템 마련만 편성하고 나머지 인력 운용비용은 기존 편성 예산으로 쓰는 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은 보통 연 100억~200억원씩의 예산이 남아 금융회사들에 반납한다”며 “부서 간 예산 칸막이를 유연하게 하면 운영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배두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