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단둥·훈춘 신대원 기자] 지난 8월말부터 9월초까지 둘러본 압록강에서 두만강으로 이어지는 1500여㎞에 이르는 북·중 접경지역은 역동적으로 꿈틀대고 있었다.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부터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에 이르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북중간 교류·협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이 피부로 와 닿았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친중파인 장성택 처형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동북3성 개발계획과 북한의 경제개발 구상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대기-르포] 북·중 접경지역 꿈틀...“北 개혁의지 있지만 부담도 커”

훈춘의 취안허(圈河)세관의 경우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시멘트와 철재 등 건축자재와 생필품 등 공산품을 실은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북한에서는 수산물과 러시아·동남아시아 일대에서 들어오는 중개물량이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한다.

[대기-르포] 북·중 접경지역 꿈틀...“北 개혁의지 있지만 부담도 커”

특히 조선족자치주에 속하면서 북·중·러 접경도시인 훈춘 시내에는 한국어와 중국어, 러시아어는 물론 영어 간판까지 즐비해 국제도시임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었다. 북중 관광산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북한의 중국관광객 유치는 2010년을 계기로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0년 13여만명에서 2011년에는 19여만명으로 47.9% 성장한데 이어 2012년에는 30여만명으로 늘어났다. 2013년에는 2월 핵실험 여파로 감소됐으나 올해에는 다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르포] 북·중 접경지역 꿈틀...“北 개혁의지 있지만 부담도 커”

나선시 인근 비파섬에 위치한 카지노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관광지라고 한다. 현지 여행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카지노를 자주 찾아 낯이 익은 일부 중국인 관광객 가운데는 카지노에서 돈을 모두 잃고 가이드에게 집으로 돌아가는 차비를 빌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중국의 북한전문가들은 북·중 교류·협력 확대가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의 따른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단둥에서 만난 익명을 요구한 현지 대북전문가는 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강조하고 있는 ‘김정일 애국주의’에 대해 “이전의 사회주의 애국주의는 개인의 이익을 포기하는 개념이었는데 김정일 애국주의는 개인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일치시키고 있다”며 “변혁을 위한 이론적 혁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경제·핵 병진노선에 대해서도 “병진노선의 핵심은 더 이상 인민생활을 희생하는 대가로 국방건설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전의 선군노선보다는 한 단계 발전된, 북한에서는 가장 실용적인 발전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한족 출신의 한 대북사업가는 “예전에는 북한에서 사업을 하려면 무조건 평양에 있는 국영회사를 통해야만 했는데 지금은 지방에서도 자체적으로 무역회사를 설립하고 대외사업을 시작했다”며 “2008년 이후 조선(북한)의 경제가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특히 작년과 재작년 속도가 빨라졌다”고 전했다.

옌지(延吉)에서 만난 김성남 옌볜(延邊)대 경제관리학원 교수도 “조선은 경제강성국가 건설을 위해 경협에 대한 기대가 크고 개혁·개방 의지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전면적인 개혁·개방에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및 사회과학원 학자들과 교류하고 있는 한 옌볜대 교수는 “북한 학자들은 지금 공급체계가 구멍 나 시장으로 메우기 위해 활용하고 있지만 구멍을 메우고 나면 시장을 없애겠다고 말한다”며 “여전히 조선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 역시 “북한이 경제개발구를 내오면서도 언론매체를 통한 선전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며 “의지는 있지만 부담도 갖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선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이 만성적인 경제난 해소를 위해 개혁·개방의 길로 한걸음 나오면서 북·중 접경지역도 들썩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주의체제와의 모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개혁·개방의 수위와 폭을 조절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