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손정의(孫正義·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회장이 4일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만찬을 함께하며 글로벌 IT업계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특히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과 관련한 대화도 상당부분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한한 손 회장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뒤 오후 7시께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재계 총수들을 만났다.
만찬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함께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이 참석했다.
회동은 당초 1시간 정도로 예정됐으나 무려 2시간 30분간 진행되면서 오후 9시 30분께 마무리됐다.
참석자들은 인공지능(AI)과 5G 이동통신 등 최근 글로벌 IT산업의 현안에 대한 견해를 주고받으면서 상호투자 및 협력 방안을 놓고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AI 협업을 늘릴 것이냐’, ‘함께 투자할 것이냐’ 등의 질문에 영어로 “그렇다(Yes)”고 답했으며, ‘(투자는) 올해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I hope so)”고 말했다.
이날 손 회장과 한국 주요 대기업 대표들의 회동은 공교롭게도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빌미로 한국에 대한 일부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시작한 당일에 열려 더욱 주목받았다.
손 회장은 ‘일본 규제와 관련한 조언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그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Yes, we talked a lot about it)”고 밝혀 상당한 논의가 있었음을 내비쳤다.
그는 앞서 만찬장에 입장할 때는 ‘한일 관계가 곧 회복될 것으로 보느냐’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소프트뱅크나 삼성전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등의 기자 질문에 “정치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변을 피했다.
한편, 손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승용차에 함께 탄 채 행사장에 도착해 두 사람이 사업 현안에 대해 어떤 대화를 했을지 관심이 쏠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이 시내 모처에서 만나 승용차에 같이 타고 이동한 것으로 안다”면서 “퇴근시간대여서 최소 30∼40분간 승용차 내에서 ‘단독 회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9월 이후 약 3년 만에 공개적으로 만난 셈이나 평소에도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일본 게이오기주쿠(慶應義塾)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일본어가 능통하다.
또 이 부회장이 지난해와 올해 모두 3차례 일본 출장길에 오른 적이 있어 현지에서 손 회장을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