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운자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한 후 잔혹한 방법으로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범행일지를 휴대전화 사진으로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지검은 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고 씨가 지난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 씨를 살해할 당시 미리 구입한 수면제 졸피뎀을 카레라이스와 음료수 등에 넣어 피해자가 먹게 한 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고유정의 차량에서 압수한 이불에 묻은 전 남편 강 씨의 혈흔으로 추정되는 혈액에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
검찰은 이 같은 범행이 발생한 시간을 5월 25일 오후 8시10분~9시50분 사이로 추정했다. 이는 고유정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남긴 사진 3장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당일 오후 8시10분에 촬영된 사진에는 범행시간으로 보이는 벽걸이 시계와 오른쪽 하단에 강 씨의 신발 등이 함께 찍혔다. 또 다른 사진에는 싱크대 위에 카레라이스를 다 먹고 난 뒤 햇반과 빈 그릇, 졸피뎀을 넣었던 분홍색 파우치(간단한 소지품을 넣는 작은 가방)가 놓여 있다.
이외에도 범행 이후 고유정이 제주를 빠져나간 5월 28일 오후 8시 54분께 완도행 여객선 5층 갑판에서 훼손된 피해자의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여행용 가방을 놓고 사진을 찍는 모습도 담겼다.
고유정은 이후 오후 9시 29분부터 43분까지 주변을 살피면서 여행용 가방에서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봉지를 꺼내 5분간 바다에 버렸다.
검찰은 고유정에게 이와 같은 사진을 찍은 이유를 물었으나 진술을 거부헸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의 남편이 고유정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기록하는 습성이 있다는 진술을 한 만큼 해당 사진 3장을 유의미한 증거로 특정하게 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고유정은 현재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