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북미대화 유연한 접근 강조” 美재무부, 러 회사 제재대상 지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평양을 방문하기 직전,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 실무자가 ‘북미대화’의 유연한 접근을 강조했다. 하지만 같은 날 미 재무부는 북한 제재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의 한 금융회사를 제재대상으로 신규 지정하면서 대화는 대화이고, 제재는 제재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관련기사 4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애틀랜틱카운슬ㆍ동아시아재단 전략대화에 참석해 “북한과 협상을 향한 문이 활짝 열려있다”며 “북미는 실무차원에서 아직 협상을 다시 시작하지 않았지만, 공개적으로든 비공개적으로든, 직접적이든 제3자를 통해서든 많은 의사소통이 있어왔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북한)양측 모두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며 “그것만이 외교를 통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비건 대표는 대화의 전제조건도 없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서 일일이 지켜보고 있기에 우리가 보내는 메시지에 대해 매우 신중하길 원한다”면서도 “(대화 재개의) 조건을 제시하느냐 물었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비건 대표는 특히 비핵화 과정에 있어 ‘체제보장’을 원하는 북한의 입장도 고려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의미있고 검증 가능한 순서로 (북한) 비핵화를 촉구한다는 것을 명확히 해왔다”며 “체제 안전보장(security guarantees)과 전체적인 관계개선에 대한 폭넓은 논의 속에서 (비핵화가) 진행돼야 한다는, 북한의 관점도 이해한다”고 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비건 대표와 함께 대화재개와 관련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 본부장은 기조연설에서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북측이 요구하는 다양한 사안과 이에 필요한 논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주장했던 ‘체제보장’도 담판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북러정상회담에서 이같은 요구를 내세운 바 있다. 아울러 이 본부장은 “다가오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북한이 호응해올 것을 재차 촉구한다”며 이달말 한미정상회담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 방안을 거듭 북측에 제안했다.

윤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