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은폐로 회사에 손해” 주주 민사소송서 밝혀져 WSJ “실리콘밸리 性평등ㆍ性희롱 문제 끄집어 낸 계기”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구글이 성폭력 혐의로 고소된 뒤 회사를 떠난 임원 2명에게 1억3500만 달러(약 1530억원)의 퇴직금을 챙겨준 사실이 밝혀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 1월 주주 제임스 마틴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이사회를 상대로 “이들의 성폭력 은폐를 주도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민사 주주소송을 냈다.
소송에 따르면, 구글의 전직 임원인 랜디 루빈은 부하직원에게 성적 행위를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아미트 싱갈은 술자리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했다. 이들은 회사의 가장 중요하고 수익성 높은 부분을 감독해왔다. 회사의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던 루빈과 검색 부문을 주도해 온 싱갈은 각각 2014년과 2016년 구글을 떠났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구글이 루빈의 사내 성추행을 묵인한 채 9000만 달러(약 1000억원)의 퇴직금을 챙겨 내보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어 이번에는 구글이 싱갈에게 약 45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동의한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싱갈에 대한 지불금은 추후 그가 경쟁사에 합류하면서 1500달러로 줄었다.
이에 대해 구글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구글 사내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심각한 결과를 취해 왔다”며 “최근 몇년 간 우리는 직장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권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 의한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구글 직원들은 루빈에게 9000만 달러의 퇴직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직장문화에 항의하기 위해 대대적인 글로벌 파업을 벌였다. 이후 회사는 직원 성희롱 사건을 민간 중재에서 처리하기로 약속하는 등 변화를 단행했다.
WSJ은 “기술계는 여성 임원을 상대적으로 적게 고용하고 있으며, 벤처케피탈 자금의 극히 일부 만이 여성이 주도하는 기업에 돌아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이번 보상금 문제는 실리콘밸리에서 성평등과 성희롱이라는 끓어오르는 문제에 새로운 탄성을 자아낸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