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0900 엠바고) 대법원, “순간적으로 이뤄진 성관계도 강간죄 성립 가능”

-사력 다해 반항하지 않아도 항거 인정할 수 있어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폭행, 협박과 성행위가 순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기습적으로 성폭행한 경우에도 형법상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은 강간과 유사강간 혐의로 기소된 김모(57) 씨한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형법상 강간죄는 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성관계한 경우 성립한다.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마사지숍에서 일하던 김 씨는 2017년 3월 손님으로 온 피해자 A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전신마사지를 받던 A 씨에게 ‘허리를 풀기 위해서’라며 옷을 벗겼다가 갑자기 범행을 저질렀다. 김 씨는 같은해 8월에도 손님 B 씨의 신체 주요 부위를 만진 혐의도 받았다.

1심은 김 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씨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기습적으로 피해자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반항하면서 억압하면서 성행위를 한 것”이라며 “이는 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해자가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김 씨의 폭행ㆍ협박이 피해자의 반발을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역시 A 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반항하면 목을 꺾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크게 반항하지 못했다’는 진술 등 상황을 종합해봤을 때 김 씨가 강간죄를 저질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