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한 논의’가 절충 의미는 아냐 협정문 조율·딜 가능성도 낮아

북미 정상의 두번째 회담(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설 연휴 간 평양에서 열린 2박3일 실무협상 결과물은 여전히 ‘탐색전’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양국 최고지도자가 공유할 협정문안도 사실상 백지상태에 가까웠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상세한 딜‘(주고받기)’이 이뤄졌을 공산도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비핵화 협상 과정에 정통한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12일 “1차 평양 협상에서 북미 간 의견이 그렇게 가까이 좁혀진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물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측 카운터파트와 상세한 논의를 한 것은 맞다”고 이들 소식통은 덧붙였다. ‘상세한 논의’가 서로의 입장이 절충되는 진전 단계가 아니라, 양측이 현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최대한 상세히 나눴다는 뜻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외교가에 따르면 이번 1차 평양 협상에서 북한은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영변 핵시설ㆍ동창리 엔진시험장ㆍ미사일 발사대 폐기와 핵물질 생산에 필요한 플루토늄 재처리ㆍ우라늄 농축프로그램 중단ㆍ폐기 등 기존에 나왔던 입장을 재확인 했다. 미국도 북한 비핵화를 위한 자국의 방식, 즉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소식통은 “비건 대표는 북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라고 볼 수 있는 기본적 입장, 즉 자국 정부가 스스로 얘기했던 입장을 전달했다”고 했다.

결국 이번 평양 협상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뭔지 파악하고 다 이야기한 것이 핵심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들은 “비건 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양국이 가진 모든 카드를 꺼내놓고 ‘솔직한’ 협의를 시작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양측이 뭘 원하는지 자세히 알아야 하는 단계”라며 “그걸 알아야 그 다음에 검토하고 서로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한의 비핵화 실천을 위한 시간표(로드맵)가 그려졌을 가능성 역시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단은 비건과 김혁철의 첫번째 1:1 담판이었던 만큼, 초기 논의 위주로 협상이 진행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외교가는 파악하고 있다. 소식통은 “미국은 비핵화 로드맵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평양 협상에서 구체화했을 가능성은 낮다. 시기상조”라고 했다.

북한 비핵화 진전을 위한 로드맵 만들기는 우리 측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연세대 교수)는 지난 9일 도쿄 게이오대에서 열린 심포지엄 기조발제를 통해 “주고 받을 게 무엇이고 언제까지 어떻게 한다는 시간표가 작성된 상태에서 (북미관계가) 나가야 예측 가능해진다”며 “어떤 형태로든 로드맵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