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앞에 신도시 생긴다는데’…숨죽인 서울 전세

잠실 전용 84㎡ 5000만↓ 대출규제 강화, 자금압박 공급 느는데 수요는 위축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정부가 지난 19일 경기도 남양주와 하남 등에 3기 신도시를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서울의 전세시장이 빠르게 움츠러들고 있다.

2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2월 셋째수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일주일새 0.09% 떨어졌다. 주간 하락폭으로는 2009년 1월 초 이후 최대치다. 11월부터 약보합을 보이던 서울 전세값은 이달 들어 화살표를 완전히 아래로 꽂았다.

1만 가구에 달하는 헬리오시티 입주를 앞둔 송파구에선 전세입자 찾기가 현재진행형이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전화도 부지런히 돌리고 문자로도 안내하고 있지만 관망하는 분위기가 짙다”고 말했다.

인근 단지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잠실의 레이크팰리스와 리센츠는 전용 84㎡를 기준으로 석달 사이 전세가격이 3000~5000만원씩 떨어지고 있다.

시장에선 앞으로 전세 약세가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114는 경기도에서 내년 상반기 8만 가구 이상이 입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와 비슷한 규모다. 쏟아지는 물량에 견딜 재간이 없는 것이다. 대치동처럼 학군수요가 받쳐주는 곳은 겨울방학 이사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역시나 예년같진 않다.

대치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대출 규제 강화로 고가 전세 수요가 줄었다”며 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곳곳에서 전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수리보수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세입자 권리 찾기에 나서는 모습도 포착된다. 전세입자가 절대적으로 약자였던 지난 5년여간 ‘미친 전세’ 때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여기에 대규모 신도시 공급계획이 나오면서 전세입자의 심리적 안정까지 커졌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신도시 계획을 통해 조금만 기다리면 좋은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줬다”며 “대기수요의 불안감도 점차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15년 만에 나온 신도시 계획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은 총 12만2000가구다. 판교신도시의 4배 이상이다. 교통망 확충, 전면 국공립 유치원 도입 등 서울로 출퇴근하는 젊은층에게 매력적인 조건들이 붙었다. 이들 수요는 신도시 건설까지 전세시장에 남아 있더라도 적당한 전세집에 머물며 기회를 엿볼 것으로 보인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신도시 아파트 분양가가 얼마일지가 관건”이라며 “분양가가 서울 전세가격과 엇비슷하다면 서울 전세시장은 강력한 경쟁자를 맞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