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2009년 故 장자연 씨 성접대 의혹 사건을 조사했던 경찰이 초기부터 부실수사를 한 사실이 과거사 진상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재조사 중인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28일 “2009년 3월 경찰이 장씨의 주거지 및 차량 압수수색을 하는 데 걸린 시간은 오후 7시35분부터 8시32분까지 57분에 불과했다”면서 “자필 기록 등 주요 기록이 다수 누락됐다”고 발표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장씨의 침실 위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옷방은 물론 장씨가 들고 다니던 핸드백도 수색하지 않았다.
또 장씨가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 침실 여기저기에 수첩과 메모장이 다수 있었음에도 경찰은 장씨의 다이어리와 메모장 각각 1권씩만 압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의 핸드백과 립스틱 보관함에 있던 명함도 압수하지 않았다.
조사단은 “수첩 등 자필 기록과 명함은 장씨의 행적을 확인할 주요 증거인데도 초기 압수수색 과정부터 누락됐다”고 밝혔다.
장씨 휴대폰 3대의 통화기록과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의 원본 파일 역시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단은 당시 수사검사로부터 통화내역을 제출받았으나 해당 통화내역의 최종 수정일자가 통신사가 통신내역을 제공한 날짜와 시간적 차이가 있고 편집한 형태로 돼 있어 해당 내역이 사실상 원본은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
고 장자연 씨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35차례 통화했다는 기록은 최근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당시 수사검사로부터 제출받은 통화기록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이 통화기록조차 누군가에 의해 편집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진상조사단은 이 통화기록의 최종수정날짜와 통신사가 기록을 제공한 날짜가 다르고, 편집된 흔적이 발견돼 원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또, 장씨의 통화내역 뿐만 아니라 장씨가 쓰던 휴대전화와 컴퓨터 복원 기록도 경찰 수사기록에서 누락돼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의 자체보고서에는 장씨 명의의 휴대전화 등 모두 6대의 휴대전화를 복원해 900여 건의 통화기록과 880여 건의 사진, 25개의 동영상을 분석했다고 기록돼 있었다.
경찰은 이 모든 기록을 검찰로 넘겼다는 반면, 검찰은 경찰로부터 받은 기록에 주요단서들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진실공방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또 경찰은 당시 장씨의 개인 기록이 남겨졌을 가능성이 큰 싸이월드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