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차장,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구속' 오명 남겨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다. 그동안 ‘대법관 1순위’로 꼽혔던 행정처 차장이 형사 재판을 받게 될 처지에 놓이면서 대법원이 추진하는 재판과 사법행정 분리 계획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법관 1순위’였던 법원행정처 차장의 몰락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청구된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행정처 차장은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요직으로, 그동안 법원장급 인사들이 선호하는 자리였다.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차장과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대법관으로 지명되는 ‘길목’으로 꼽혀왔다. 법원 예산과 인사 업무를 맡아 각종 입법 사항에 관여하는 업무 특성상 행정처 차장은 대법원장은 물론 국회를 오가며 정치권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만큼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도 수월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2003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낸 뒤 2005년 대법관에 지명됐다. 이번 사태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차한성(64·7기) 전 대법관은 2006년,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은 2011년 차장을 거쳤다. 박병대(61·12기) 전 대법관의 경우 행정처 차장은 아니지만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현직에서는 권순일(59·14기) 대법관이 2012년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다 대법원에 입성했다. 현직 판사가 국회를 오가며 입법을 추진하고, 대법관으로 지명돼 인사 보상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된 셈이다.

임 전 차장 역시 법원 내 최고 엘리트 중 한 명으로 평가받으며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 꼽혔다. 1996년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을 맡으며 사법행정업무를 시작했고, 2004년 사법연수원 교수, 2006년 법원행정처 등기호적국장, 2012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2012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맡은 뒤 2015년부터 2년간 차장으로 재직했다. 2015년 행정처 복귀 후에는 당시 대법원이 총력을 기울이던 ‘상고법원’ 입법 로비 업무를 주도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재판과 행정업무를 분리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피력했다. 실제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그동안 ‘대법관 1순위’였던 행정처 차장 출신 인사는 대법관에 지명되지 못했다. 대법원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 업무를 맡던 상주 판사를 일반직 공무원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새로 신설되는 ‘법원사무처’는 대법원 청사가 있는 서울 서초동을 벗어나 중구 충무로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