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령관 등 장성 6명 기소의견 "정부는 증오표현 방관...군부 못막아" 미얀마 정부ㆍ군 ‘침묵’…SNS계정 폐쇄

[헤럴드경제]미얀마 군부가 인종청소 목적으로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을 대량학살했다는 유엔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엔은 로힝야족 학살을 지시한 장성 6명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미얀마 정부와 군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얀마 로힝야족 탄압 문제를 조사해온 유엔 진상조사단은 27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미얀마 군부가 인종 청소 의도를 갖고 대량학살과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또 미얀마군의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을 비롯한 6명의 장성을 국제법에 따라 중범죄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은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이끄는 미얀마 문민정부가 로힝야족을 겨냥한 증오표현을 사실상 허용하고, 문서 기록들을 폐기했으며 라카인, 카친, 샨 주에서 군부의 반인권 범죄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군부의 탄압은 지난해 8월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항전을 선포하고 미얀마 경찰초소 30여 곳을 습격한 사건으로 본격화했다.

이슬람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은 정식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라카인주를 중심으로 모여 살고 있다.

유엔
사진=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미얀마군은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소탕 작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민간인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70여만 명이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조사단은 미얀마군이 로힝야족 마을을 불태운 행위 등이 군부가 주장하는 실체적 위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특히 라카인 주에서 벌어진 살상과 탄압에 대해 대량학살 의도 아래 저질러졌다고 평가하면서 재판소가 ‘땃마도(Tatmadaw)’로 불리는 미얀마군의 장성들을 조사, 기소할 증거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조사단이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군 수뇌부 인사들은 흘라잉 총사령관 외에 아웅 아웅 제33 경보병사단장 등이 포함됐다. 33 경보병사단은 지난해 9월 인딘 마을 학살 사건에 투입된 부대다.

조사단장인 마르주키 다루스만 전 인도네시아 검찰총장은 “유일한 길은 (흘라잉사령관에게) 사임을 요구하고 즉시 물러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얀마 정부와 군부는 유엔 조사위원회 조사 보고서에 대한 언론의 공식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유엔 인권이사회(UNHRC)의 결정으로 출범한 조사단은 다루스만 단장을 포함해 라디카 쿠마라스와미 전 유엔 특별보고관, 크리스토퍼 시도티 전 호주 인권위원 등 3명의 인권전문가로 구성됐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미얀마군부의 로힝야족 학살을 ‘인종청소의 교과서’라고 부르며 비판하기도 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은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 문제에 침묵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페이스북은 유엔 보고서에 대한 후속 조처로 흘라잉 총사령관과 군부 언론대응팀, 군부 산하 방송인 미야와디TV를 포함한 개인과 단체의 계정 20개를 폐쇄 조치했다.

페이스북은 성명을 통해 “이들 개인과 기관이 심각한 인권 유린 행위를 저지르거나 가능하게 한 사실이 국제 전문가들에 의해 밝혀졌다”며 “이들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 인종ㆍ종교적 긴장을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아시아지부의 필 로버트슨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유엔 조사팀은 미얀마군부가 수십 년간 처벌받지 않고 숨을 수 있었던 시스템이 끝났음을 선포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