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바람 안통해 환경 최악 더울수록 더 민감…반말 예사 세차했는데 물뿌렸다고 짜증 “수고많다” 말해줄땐 큰 위안
올여름은 그야말로 최강 무더위로 한반도가 펄펄 끓고 있습니다. 아직 7월이 다 지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말 그대로 찜통더위에 ‘녹다운’됐습니다. 올해만큼 엄청난 무더위는 처음이고, 이를 견디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깥 나들이조차 힘겨운 맹렬한 폭염 속에서 오히려 뜨거운 열정으로 무더위와 싸워야하고, 이겨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에어컨 없는 지하주차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나 무려 30kg에 달하는 장비를 매고 불 속에 뛰어들어야 하는 119대원 등 무더위를 온몸으로 이겨내는 그들의 힘겹지만 값진 일상을 들여다 봤습니다. <편집자주> 폭염특보가 내린 지난 19일 오후 서울 은평구 A백화점 지하주차장. 주차안내를 하는 아르바이트생 이모(20) 씨는 에어컨도 없는 이 곳에서 후텁지근한 공기와 매연을 번갈아 들이마시며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다. 그는 “정말 더워서 죽을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지난주엔 실제 더위를 먹어 어지러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씨를 괴롭히는 건 또 있었다. 날이 더워질수록 고객들의 짜증은 훨씬 더 심해진다. 몇 주 전 그는 실수로 한 비싼 옷을 입은 손님과 부딪혔다가 “그런 작업복 입고 왜 부딪히냐”는 소리를 들었다. 곧바로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손님은 되레 “난 사과받을 준비가 안됐다”고 고함을 질렀다.
한번은 더워서 주차장 입구 바닥에 물을 뿌려놨는데 어떤 손님은 “세차한 지 얼마 안됐다”고 신경질을 냈다. 이 때 고객의 화를 풀려면 고개 숙여 사과하는 길 밖에 없다. 그는 “서비스업이라고 무시하는 것 같다. 그래도 질서를 위해서 주차 안내 지시를 잘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로 한반도의 각종 폭염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요즘 주차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더위와 고객 갑질에 동시에 신음하고 있었다. 이들은 에어컨이 안 나오는데다 바람도 들어오지 않아 말 그대로 찜통 같은 지하주차장에서 더위에 불쾌해진 사람들의 짜증까지 받아줘야 한다. 다른 지하주차장 관리 아르바이트생 박모(22) 씨는 여름철 고객들의 화풀이에 더욱 지친다고 하소연했다. 박 씨가 안내하는 수신호를 무시하거나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팔로 치고 지나가는 고객이 부지기수다. 그는 “날이 더워서 손님들도 답답하니까 이해하려고 하지만 여름엔 욕도 많이 하고 반말도 하면서 짜증도 많이 낸다. 주차 관리 위해서 잠깐 비켜달라고 안내하면 ‘네가 뭔데 그러냐’며 뭐라고 한다”며 “그날은 1시간이 넘도록 퇴근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주차장 입출구에서 요금 정산하는 일을 하는 주차관리요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빌딩 지하주차장에서 만난 최모(52) 씨는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1평짜리 공간에서 탈출해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저녁시간 한바탕 주차 전쟁을 치르고 난 뒤였다. 그는 “주차 요금이 많이 나왔다고 신경질을 내고 영수증을 한 손으로 받았다고 화내는 사람들이 있다”며 “더위도 서러운데 그런 대접까지 받으면 왜 일하나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대로 고객들이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쉬는 시간 잠깐 쐬는 시원한 에어컨만큼이나 반갑고 고맙다. 최 씨는 “간혹 고생하신다고 음료수를 건네거나 수고한다고 말해주는 고객들이 있다. 고생을 알아주는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세희ㆍ성기윤 수습기자/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