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교황 방한…원로 사진작가 백남식 ‘바티칸으로의 시간여행’展
작가찍은 90점·교황청 140점…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서 전시
“프란치스코는 참 특이한 분”…4박5일간 앵글 담을 생각에 설레
1984년 5월, ‘103위 시성식(諡聖式ㆍ교황이 시복된 복자를 성인 명부에 올리고 모든 교회에서 그를 공경하도록 선언하는 행사)’이 열렸던 서울 여의도 광장에 70만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기념하고 시성식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방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청와대 경호원의 옷을 빌려 입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건물 위로 올라 간 한 사진작가는 이 역사적인 날을 카메라에 기록했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기도 한 백남식(77) 원로 사진작가는 지난 48년간 바티칸의 역사적 현장에 늘 있었다. 백 작가는 1968년 순전히 신앙인의 자격으로 천주교 순교자들의 유족 130여명과 함께 시복식(諡福式ㆍ성덕이 높은 이가 선종하면 일정한 심사를 거쳐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로 추대하는 것)에 참석했던 것이 계기가 돼 바티칸과 인연을 맺었다.
매년 대여섯번씩 자비를 들여 바티칸을 찾은 것은 물론 지난 1993년 대전엑스포 바티칸관 영상 담당을 맡았을 때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초청을 받아 바티칸에서 40일간을 머무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오는 14일 교황 프란치스코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몹시 들떠 있다. 교황 방한의 역사적인 4박 5일을 기록할 생각 때문이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참 특이한 분”이라고 회상했다. 지난해 3월 교황 선출이 확정됐던 당시 “나를 교황으로 선출해주신 분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라고 했던 말을 듣고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특이한 철학을 갖은 분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또 피묻은 돈을 받지 않겠다며 국제적인 마피아 조직(은드란게타)에 ‘파문’을 선언한 것을 두고도 “파격적인 행보”라며 행여 해를 입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를 비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피아 연루설에 휩싸였던 바티칸은행의 이사진과 은행장을 전격 교체하는 등 개혁을 단행했다.
그는 즉위식, 시복식, 시성식 등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지난 2년간 바티칸의 큰 행사는 모두 기록으로 남겼다. 심지어 교황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들레헴에서 집전했던 미사도 우여곡절을 겪으며 렌즈에 담았다. 당시 그 자리에 한국 기자들은 없었다고 전했다.
원로 사진작가의 카메라를 통해 기록된 바티칸 48년의 역사가 교황 방한을 앞두고 전시회 형태로 대중에 공개됐다. 백 작가가 찍은 사진 90여점은 물론 로마 교황청에서 건네 받은 사진들을 포함해 총 140여점의 사진들이 바티칸으로의 시간 여행을 선사한다. 교황 선출 당시의 생생함이 묻어나는 시스티나 대성당의 모습은 물론, 기도하며 고뇌하는 교황의 모습, 중동을 직접 찾아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 등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전시는 8월 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1층 전시장에서 계속된다.
김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