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첫 공판, 朴 전 대통령과 같은 법정에 출석 예정 -직접 적은 입장문 낭독… 서류 증거 다툼 치열할 듯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이번 주 처음으로 법정에 나와 범죄 혐의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힌다. 지난 3월 22일 구속 수감된 지 62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는 23일 오후 2시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110억 대 뇌물수수와 350억 대 비자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첫 공판을 연다.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첫 공판을 받았던 그 자리에 정확히 1년 만에 이 전 대통령이 서는 셈이다. 이날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9년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마침내 법정서는 MB... 직접 ‘무죄’ 의견 밝힌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강훈 변호사는 “첫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노트에 본인이 직접 (입장문을) 쓰고 계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가공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초법적인 신상털기와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결과” 라면서 핵심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검찰은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낭독한다. 변호인도 16개 혐의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각 40분씩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재판부는 곧이어 검찰에서 제출한 진술조서 등을 법정에서 조사하기로 했다.

앞으로의 공판은 ‘증거 전쟁’이 될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미 검찰이 제출한 모든 조서와 자료를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했다. 이로써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증인과 참고인을 일일이 불러 법정신문할 필요성이 사라졌다. 강 변호사는 “증인을 불러 거짓이라 따지기보다는 검찰 진술조서와 반대되는 객관적 사실을 증명해낼 것”이라며 “변호인단 나름대로 진술서 등 서류증거를 내면 재판장이 양측의 증거를 모두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증거 채택에 동의하면서, 재판은 이르면 3~4개월 안에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총 14회 기일에 걸쳐 서증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가 내달 말까지 주 2회 재판을 열기로 해 서증조사에만 2개월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별도로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재판부는 곧바로 법리 검토를 통해 재판 마무리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