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건수 1년새 22.5% 증가 총액은 9538억원…1조원 아래로 여행·숙박, 핀테크·SW솔루션 집중 1000억 이상 투자받는 기업 나와야

2017년 스타트업 투자동향을 분석한 결과, 30억원 미만의 비교적 소규모 투자가 초기 스타트업의 마중물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1000억원 이상 투자가 없어 ‘유니콘 기업’이 2년째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2017 스타트업 투자동향] 스타트업 투자 ‘347건→425건’…스타급 ‘유니콘’ 2년째 갈증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유치 총액은 9538억원으로, 2016년 1조78억원보다 5.4% 감소했다. 대신 지난해 전체 투자유치 총계는 425건으로 전년 347건 대비 22.5% 증가했다. 투자 건수는 늘었지만, 투자 총액은 감소한 셈.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0억원 미만 투자유치가 93건으로 가장 많았고, 10억원 이상 29억원 미만 투자 유치가 67건으로 뒤를 이었다. 단일 투자 금액 건수의 경우 5억원 19건, 20억원 16건, 30억원 15건 순으로 이뤄졌다.

투자가 가장 많이 몰린 분야는 야놀자가 속해 있는 ‘여행·숙박’ 분야였다. 야놀자 관계자는 “여행 산업이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단계라고 투자자들이 보신 것 같다. 전에는 티켓을 끊고 나가는 것이 여행의 전부라고 하면, 이제는 야놀자처럼 연구개발(R&D)를 통해서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IoT(사물인터넷)에 투자를 해서 예약과 동시에 스마트폰이 호텔룸 키가 되도록 한다거나, VR(가상현실)에 투자를 해서 고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거나, 야놀자TV를 통해서 컨텐츠를 생산한다거나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여행ㆍ숙박 분야 다음으로 투자가 몰린 곳은 금융·보험 분야와 SW기술 솔루션이었다. 특히 금융·보험과 크라우드펀딩 등을 포함한 핀테크 분야는 전년도에 이어 계속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공인인증서와 보안 규제 등으로 금융 분야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수요는 많았지만 성장은 가로막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어지간한 금융 업무는 볼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면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존 금융권도 핀테크 스타트업들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카카오·네이버 등 기존 정보기술(IT) 대기업들 역시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는 만큼 핀테크 분야에 몰리는 돈은 올해도 많으면 많았지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SW기술 솔루션 분야 스타트업 투자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원천기술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부동산이나 재고자산 등 유형자산을 많이 보유한 제조업과 달리, 무형의 기술력은 그간자산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관행을 깨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을 비롯한 주요 기관에서 투자 문턱을 낮춘 것이 업계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의료·재활 분야가 전체 투자 유치금액 중 8%를 차지하며 여행·숙박, 금융·보험의 뒤를 이은 것 역시 주목할 지점이다. 의료·재활 분야의 경우 웨어러블 의료기기 및 데이터 분석부터 의료기기 멸균 포장 솔루션, 항체 플랫폼 기술 기반 암치료제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었다.

다만 2016년까지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했던 생활서비스 분야는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생활서비스 분야에서 지난해 많은 투자를 받았던 한정훈 홈스토리생활(대리주부) 대표는 “2~3년 전까지는 생활서비스 분야가 관심을 많이 받았으나 투자자들이 이제는 매출이나 이익이 좋은 스타트업을 선별해 냉정하게 투자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활서비스 분야가 쉬워 보여도 바닥 영업부터 시스템 운영까지 일궈내야 한다는 점도 쉽지 않고, 카피캣들도 많이 걸러지는 단계로 봐야 할 듯하다”며 “바이오나 블록체인 같은 영역들에 대한 투자사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 몫 했다”고 덧붙였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지난해 스타트업 업계의 전반적인 투자 상황에 대해 “이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시드 단계 투자와 시리즈A 투자까지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 센터장은 그러나 “시장에서 1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1000억원 이상 투자를 받는 유니콘 기업이 나오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4년과 15년까지는 쿠팡이나 옐로모바일 같은 회사가 10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으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기업들이 나오나’ 하는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그 이후 지금까지 1000억원 이상 투자를 받는 기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유니콘 스타트업이 나와야 또 다른 소형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 모바일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가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생태계가 이뤄지기 위해선 글로벌한 자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들이 나오고 대형 투자들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