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배달 오토바이 주차장 시민·상인 등 불법주차도 성행 기사들은 도로 튀어나와 작업 지나는 차량과 겹쳐 위험천만 “어, 차 온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6가 동대문역 9번 출구 인근 차도에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퀵 서비스 배달기사가 차도 한복판에 오토바이를 세운 것이다. 그가 오토바이에서 내렸을 때, 택시 몇 대가 바로 옆을 ‘쌩’하고 스쳐갔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차를 피하라고 외쳤지만, 기사는 매번 겪는 일이라는 양 몸만 살짝 틀 뿐이었다. 기사 김모(45) 씨는 “목숨이 몇 개냐는 말도 들어봤다”며 “위험한 것을 알지만, 전용 주차공간이 매번 빽빽하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한 퀵 서비스 배달기사가 포켓 주차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차도 위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다(왼쪽 사진). 포켓 주차장 안에 짐칸 없는 단순 출퇴근용으로 추정되는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평화시장, 동화시장 등 전통시장이 몰려있어 물류 집결소가 되는 동대문역 9번 출구 근방에선 매일 퀵 서비스 오토바이 주차전쟁이 벌어진다. 공간이 없어 차가 지나가는 도로에서 물건을 나르는 일은 부지기수다. 이들을 위한 ‘포켓 주차장’은 엉뚱한 출퇴근용 오토바이의 알박기로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포켓 주차장은 도로를 줄여 움푹 패인 모양으로 만든 ‘미니’ 주차공간이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와 종로구는 2015년 이곳에 120면 규모 포켓 주차장을 조성했다. 인도ㆍ차도 구분없이 내달리던 퀵 서비스 배달기사를 위한 공간으로, 주차는 최대 한 시간만 허용한다. 물건을 옮긴 다음에는 밀려오는 다른 오토바이에게 자리를 내주라는 의미다.

(20일자)“목숨 걸고 주차합니다”…동대문 ‘포켓 주차장’은 오늘도 전쟁 중
한 퀵 서비스 배달기사가 포켓 주차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차도 위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다(왼쪽 사진). 포켓 주차장 안에 짐칸 없는 단순 출퇴근용으로 추정되는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문제는 제한 시간을 넘겨도 불이익이 없다는 점이다. 단순 안내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를 지키는 사람은 미미하다. 실제로 포켓 주차장에서 1시간을 지켜봐도 방치된 스쿠터와 오토바이 200여대 대부분은 자리를 뜰 줄 몰랐다. 그동안 퀵 서비스 배달기사만 빈 공간을 찾아 도로를 맴돌았다. 기사 장모(53) 씨는 “근처 시장 상인이 이른 오전부터 세워놓은 오토바이가 상당수”라며 “일부 배달기사는 이곳을 무료 주차장으로 보고 오토바이를 몇 시간씩 방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위반이 만연한데 규정을 만든 행정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에 따르면, 이곳 포켓 주차장을 관리하는 인원은 고작 1명이다. 사실상 손을 놓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몇몇 퀵 서비스 배달기사는 애초 작은 공간부터 문제라고 토로했다. 조성할 때 오토바이 수요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사 윤모(49) 씨는 “오후에는 한 시간에 오토바이 300~400대가 몰리는 장소인데, 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곳에)조성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있으나마나한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이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관리인력은 늘린다고 해도 애초 할 수 있는 일이 안내ㆍ계도밖에 없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또 “주차공간 확대도 해결책 중 하나지만, 주변에 유휴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애초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일부 상인과 퀵 서비스 배달기사의 의식 개선방안을 비롯한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율 기자/y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