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서 검사 메일 없다”→“메일왔지만 진상조사 요구 없어” -‘성추행 피해’ 서 검사 측 “면담 요청도, 진상조사 요구도 했다”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안태근(52ㆍ사법연수원 20기) 전 검찰국장의 성추행 제보를 받고도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법무부가 오락가락 해명을 내놨다. 피해자 서지현(45ㆍ33기) 검사 측은 박 장관 측에 면담 요청과 진상조사 요구를 모두 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1일 박 장관은 지난해 서 검사에게 직접 성추행 및 인사 불이익 관련 진상 조사 요구를 받았음에도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전날 서 검사의 법률 대리인 김재련(46ㆍ32기)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서 검사가 지난해 박 장관에게 피해 사실을 전달하며 면담을 요청했고, 장관이 지정한 법무부 인사를 만나 진상 조사를 요청했지만 아무 조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성추행 폭로 방치 의혹’에 법무부 오락가락 입장번복
지난 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사진)이 지난해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성추행 제보를 받고도 방치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법무부는 “서지현 검사에게서 메일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가 “메일은 받았지만 진상조사 요구는 없었다”고 오락가락 해명을 내놨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성추행 폭로 방치 의혹’에 법무부 오락가락 입장번복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사진)이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하고 수년 뒤 인사상 불이익까지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 내 성범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법무부는 이날 오후 2시께까지는 “박 장관이 서 검사의 이메일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해 진실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그러나 법무부는 오후 3시 45분께 공식 입장을 내고 “서 검사로부터 이메일로 면담 요청이 있어 박 장관이 법무부 담당자에게 면담을 지시한 사실을 서 검사에게 알려주며 입장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불과 2시간 만에 말이 바뀐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입장을 번복한 배경에 관해 “장관이 쓰는 이메일 계정이 여러 개여서 오후에야 확인이 됐다”면서도 “이메일에 진상조사 요구는 없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이 서 검사의 요청을 묵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서 검사 측은 이 같은 해명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2일 “서 검사가 메일로 (가해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강제추행 사실을 설명하고 인사 불이익에 대해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더는 입을 다물고 있기 어렵다고 판단돼서 직접 만나뵙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장관님의 답장을 받고 지정한 법무부 분을 만나 진상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직접 지정한 인사를 만났기 때문에 보고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무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김 변호사는 “왜 법무부가 서 검사를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서 검사와 싸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서 검사가 박 장관에 관해 이야기한 것은 언론 인터뷰를 한 뒤 검찰 내부에서 ‘왜 안에서의 문제를 밖에다 얘기하냐’는 지적이 나오니 안에서 얘기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지난달 29일엔 서 검사의 성추행 폭로에 대해 “2015년 인사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가 이튿날 “성추행 문제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엄정히 처리하고, 인사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철저히 살펴보겠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한 지방 검찰청에 근무하며 회식 자리에서 여검사들에게 욕설과 성희롱을 해 물의를 빚은 A 검사가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서 검사의 폭로로 조직 내 전수조사 요구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징계 조치를 피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초 A 검사는 지난달 26일 법무부가 발표한 검사 인사 명단에 다른 검찰청으로 이동하도록 전보 인사가 났다. 법무부 관계자는 “A 검사가 사표를 낸 시점은 개인 신상 문제라 공개하기 어렵다”며 “사직서를 아직 수리하지 않았고 경위를 조사한 뒤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