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공습에 흙먼지 날리는 놀이터 금지령 -기침하고, 집에 갇힌 아이들 보며 “안쓰럽다” 한숨 -답답하다고 마스크 벗어버리는 아이보면 속상해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서울 성북구에서 7세, 4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김소연(35 ㆍ여) 씨는 미세먼지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보면 하늘이 원망스럽다. 최근 큰 아이는 비염이 심해져 기침과 고열에 시달렸고, 작은 아이는 계속해서 기침을 했다. 김 씨는 결국 두 아이 모두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다. 김 씨는 “아이들을 밖에 못나가게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한창 뛰어 놀 아이들이 집에만 있는 것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 뿐”이라고 토로했다.

미세먼지의 공습으로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호흡기가 약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외출 금지령’을 내리는 학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5일 오후 찾은 서울 시내 아파트 놀이터에선 뛰어 노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미세먼지 비상①]맘껏 뛰놀 나이인데… 미세먼지로 텅 빈 아파트 놀이터
[미세먼지 비상①]맘껏 뛰놀 나이인데… 미세먼지로 텅 빈 아파트 놀이터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주부 최 모(35ㆍ여) 씨는 “다섯 살 딸 아이를 유치원에서 끝나자마자 마스크를 씌워서 집으로 데려왔다”며 “어른들도 외출을 자제하라고 경고하는데 흙먼지가 나는 놀이터에서 뛰어 놀게 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도 아이들을 볼 수 없었다. 아파트 경비원 이모(63) 씨는 “아이들이 많은 동네인데 오늘은 놀이터뿐만 아니라 단지 어디서도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외출금지령을 내렸지만 집에만 있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다고 입을 모았다.

아파트 근처 마트에서 만난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한예진(39 ㆍ여) 씨는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 아이를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지난주엔 워낙 추워서 못나가게 했는데 이번 주엔 미세먼지 때문에 못나가게 하니 아이가 울상”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미세먼지가 얼마나 무서운지 설명하면서도 세상이 왜 이렇게 변했나 싶어 씁쓸하다. 우리 어릴 때만해도 미세먼지 같은 건 생각 안하고 마음껏 놀았는데 지금은 놀이터에 내보내기 전에 날씨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속상해했다.

어린 자녀가 외출할 때 미세먼지 마스크를 씌우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숨 쉴 때 답답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금방 벗어버린다. 서울 마포구의 주부 윤모(43ㆍ여) 씨도 아침마다 마스크 착용을 두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들 둘과 전쟁을 치른다. 나 씨는 “안경 낀 아이가 마스크가 얼마나 불편할까 싶다가도 목이 아프다면서도 마스크를 안 쓰려고 할 때면 답답하다”며 “어릴 때부터 미세먼지에 노출된 지금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 각종 질병에 시달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