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편 지연되며 계류장 ‘교통체증’
서해안 유입된 해무가 원인
공항철도 연장 운행 등 검토
[헤럴드경제]23일 경기 서해안과 내륙 일부 지역에 짙은 안개가 끼면서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이 무더기로 차질을 빚었다.
이날 오후 들어 안개가 걷히면서 지연된 항공기가 순차적으로 출발하고는 있지만 계류장에 수십 편의 항공기가 몰리면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즐기려던 승객들은 기내에서 장시간 대기해야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인천공항에 도착 예정이던 항공기 40편이 김포ㆍ청주ㆍ김해공항, 중국 텐진ㆍ웨이하이공항 등으로 회항했다.
제시간에 출발하지 못하고 지연된 항공편도 속출했다. 인천공항을 출발 예정이던 항공기 191편, 도착 예정 51편 등 총 242편이 지연됐다. 인천과 대구를 잇는 국내선을 비롯해 출발 12편, 도착 11편 등 총 23편의 항공편이 결항했다.
앞서 항공기상청은 오전 6시 2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인천공항에 ‘저시정 경보’를 발령했다. 인천공항은 가시거리가 400m 미만일 때 저시정 경보가 내려지는데 오전 10시 30분께에는 가시거리가 50m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공사 관계자는 “저시정 운영 여파로 출발편이 제때 나가지 못한 채 대기하면서 도착 편이 못 들어왔다. 계류장 사이에 항공기가 계속 이어지면서 계류장 전체에 엄청난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항공기 운항이 대규모 차질을 빚으면서 일부 항공사 승객들은 회사 쪽으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듣지 못한 채 최소 수 시간을 기내에 머물러야 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려던 계획이 엉망이 된 승객들은 분통을 터뜨리며 항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날 오전 7시 50분께 인천공항을 출발해 마카오로 향할 예정이던 에어마카오 NX825 편은 승객들이 비행기에서 5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내릴 수 있었지만 200여명의 승객이 탑승구 인근에서 대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구와 여행을 떠났던 엄모(28ㆍ여)씨는 “오후 12시 30분께 비행기에서 겨우 내려 3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는데 책임자도 오지 않고 어떤 설명도 없다. 환불도 안 되고 무한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 날 인천공항에 안개가 많이 낀 이유로 서해안에 집중 유입된 해무(海霧)를 꼽았다. 해무는 바다 위에 끼는 안개를 뜻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남부지방에 자리해 남서류(남서쪽에서 오는 공기의 흐름)가 유입됨에 따라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서해안에 해무가 유입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인천공항에는 이날 오후 5시 30분을 기해 또다시 저시정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항공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해무가 들어와 있어 가시거리가 100m 수준에 불과하다. 인천공항은 오후 9시까지 저시정 경보가 내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은 항공기 지연으로 불편을 겪은 승객들을 위해 공항철도를 연장 운행하거나 버스를 투입해 인천 시내나 김포공항 등으로 수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내 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승객을 위한 생수, 간식 등도 준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