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해상 봉쇄, 대북 압박 새 방안” 언급
-靑 “트럼프, 구체적 군사적 조치 언급 없어”
-“北 ICBM 평가 여부 정상간 인식 차 없다”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청와대가 최근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심야 나눈 전화통화에서 해상 봉쇄 관련 내용이 언급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미국 정부가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해상 봉쇄를 포함한 강경 조치를 시사한 뒤 두 정상간 통화에서 해당 내용이 논의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선을 그은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상 봉쇄라는 부분에 대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사실상 언급된 바 없다”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문 대통령께도 직접 확인했는데 이 내용을 논의하거나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상 봉쇄 관련된 부분은 정부 차원에서 어디에서도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못을 박았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새벽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뒤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자 미국 정부에서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함께 해상 봉쇄라는 새로운 제재 방안을 시사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유엔 제재를 이행하는 것에 더해 북한을 오가는 해상 운송 물품을 금지하는 것을 포함한 해상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새로운 차원의 해상 수송 차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해상 봉쇄는) 대북 압박의 새로운 중요 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미 정상은 북한 도발 당일인 29일에 이어 30일 심야 시간 60분에 걸쳐 두번째 전화통화를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에서 논의되는 해상 봉쇄를 포함한 군사적 조치를 언급했을 가능성이 대두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할 땐 “북한의 도발을 멈추기 위해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원유공급 중단을 직접 요구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구체인 군사적 요구 자체가 없었다”라며 “통화 시간이 길었지만 정상 간에 대화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례적으로 두 정상이 연이틀 통화를 연결해 긴 시간 대화를 나눈 이유에 대해선 “(첫번째 통화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자마자 내용이 전혀 파악이 안 된 상태였기 때문에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었다”라며 “두 분 정상이 좀 더 내용을 확인하고 파악한 뒤 다시 통화하자고 했고, 그래서 어제(30일) 긴 시간 통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해상 봉쇄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금으로서는 그 얘기가 없을 것 같다”며 “해상 봉쇄를 하기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결의도 필요하고, 과연 해상 봉쇄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별도로 평가를 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북한이 화성-15형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두 정상이 실질적 견해차가 없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통화에서 “북한이 ICBM 완결 단계에 도달했다고 선언했지만, 북한 미사일 (대기권) 재진입과 종말 단계 유도 분야에서 기술은 입증되지 않았고, 핵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 여부도 불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기에 대해 직접적 말씀하진 않았지만 인식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지금까지 등장했던 미사일보다 가장 사거리가 길고 고도도 높았고 새롭게 개발한 미사일이라는 점에서 우리 한반도와 전세계적인 안보에 매우 큰 위협이라는 부분에 (두 정상이) 인식을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