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사상 최대 민생예산 가로막혀” 野 “나라곳간 지킨다, 사수의 마음”
여권과 야권이 문재인 대통령 예산안을 두고 구도 전쟁에 들어갔다. 여당은 야당이 민생을 무시한 채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야권은 문 대통령이 미래세대에 책임을 전가하는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예산안을 고수한다고 반발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처리 기한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며 “보류된 172건, 금액으론 25조원 가량이 자유한국당 반대로 보류됐다”고 했다. 그는 “양과 질에 있어서 사상최대 민생 예산이 가로막혔다”며 “막무가내식 발목잡기다”고 규정했다.
여당이 예산안 처리 책임을 야당으로 돌린 셈이다. 국회가 민생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불 역풍을 고려한 것을 풀이된다. 선진화법으로 알려진 국회법은 내년도 예산안 법안 기한은 12월 2일로 규정했다. 따라서 여야 견해 차이로 예산안을 기한 내에 넘기지 못하면 국회가 ‘법’을 어긴 형상이 된다.
반대로 야권은 그 탓을 정부와 여당의 독선과 독주로 돌렸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정부가 무차별적인 퍼주기 예산과 극단적인 포퓰리즘 예산을 펼치고 있다”며 “이를 좌시하지 않고 삭감해서 국민 혈세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예고했다.
사안 별로는 “철밥통 공무원 늘리기 예산과 국민연금으로 최저임금 인상안을 연계시키려는 부분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나라 곳간을 지킨다는 사수의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한 근본적 책임은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정부와 여당에 있다”고 했다.
‘캐스팅보트’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예산안만큼은 한국당과 궤를 같이했다.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121석에 불과한 민주당은 국민의당(40석)의 합의가 없으면 예산안 통과가 절대 불가능하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정을 누가 책임지는지에 대한 원칙을 바로 세워야 미래 세대에 부담을 넘기지 않을 수 있다”며 “포퓰리즘 예산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부도덕한 일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돈을 미래에 떠넘기는 일이기에 절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야간 구도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보류된 삭감안을 마무리 짓기 위한 회의는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다. 참여자는 민주당ㆍ한국당ㆍ국민의당 간사로 알려졌다. 예결위 간사인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통화에서 “일요일 종일 해서 172개 중 5개 협의를 봤다”며 “오늘 2시에 만나 더 의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황 의원은 “여당이 예산심사 관행과 전통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통상 정부 예산안은 4~5조원이 감액돼 합의를 봤다. 현재 감액된 수준은 5400억원으로 평상시의 1/10의 수준이다. 정부가 무조건 고수를 주장한 최저임금 정부 보전(2조9700억원), 공무원 17만명 증원(5349억원), 아동수당 지급 신설 비용(1조1000억원) 등을 합치면 4조 6000억원께로 이를 삭감하면 평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
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