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 26억4000만원 들여 장비 4대 설치 - 북한은 기류까지 계산해 핵실험하지만, 우리나라로 바람 불지 않으면 탐지 불가 -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국제공조 체계 미흡…탐지분석 및 평가 전문가도 부재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정부에서 북한의 핵실험시 방사성 물질을 관측하겠다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도입한 장비가 실전에서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경욱 의원(자유한국당ㆍ인천 연수구을)이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제출받은 ‘핵실험 탐지 장비(SAUNA)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6억4000여만원을 들여 도입한 핵종 탐지 장비 4대가 저조한 탐지 실적 등으로 인해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2006년 10월 북한이 지하핵실험을 실시함에 따라 북한의 지하핵실험의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방사성제논 탐지장비를 도입했다..

26억 들인 북핵 탐지 장비, 사실상 ’무용지물‘

제1차 북한 핵실험 당시에는 스웨덴 국방과학연구소(FOI)에서 장비와 인력을 지원받았지만 당시 방사성제논이 검출되지 않아 분석에 실패했다.

이후 정부는 북한 핵실험에 따른 공기 중의 방사능 제논 핵종 탐지를 위해 총 26억4000여만원을 투입해 제논 탐지 장비 ‘사우나(SAUNA)’를 고정식 2대, 이동식 1대, 실험실 1대 등 모두 4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 핵실험에 대한 탐지에는 잇달아 실패했다. 지난달 제6차 핵실험 당시에도 7차례나 제대로 탐지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핵실험 3일 후부터 기류가 남진해 동해로 유입돼 8번째 시도 만에 처음으로 검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방사성 핵종 ‘제논-133’외의 다른 제논 핵종은 검출되지 않아 핵실험에 사용한 핵폭탄이 수소폭탄인지, 어떤 종류의 핵실험인지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방사성제논의 경우 불확성기체로서 대기 중에 확산과 함께 희석될 뿐만 아니라 비교적 짧은 반감기로 인해 붕괴돼 소멸하는 만큼, 핵실험 초기의 기류가 어디로 흘러가는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북한은 기류까지 계산해 핵실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기류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사실상 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현재까지는 SAUNA가 비교적 우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고, 이 장비보다 우수한 검출능력을 갖는 장비가 없다”면서도 “지하 핵실험 수행으로 인해 누출되는 제논 기체의 절대량이 부족하고, 기류(풍향)와 비산으로 인한 희석 등으로 인해 탐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핵실험 탐지에서 주변국과의 공조 채널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과 함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에 가입한 러시아는 북한 풍계리에서 가장 가까운 러시아 연해주에 포집 장비를 설치ㆍ운영하고 있지만 2016년 제5차와 이번 제6차 핵실험 때 고장으로 인해 운용이 정지된 상태였다. 중국은 우리와 핵종 탐지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

민경욱 의원은 “무용지물에 가까운 포집 장비 몇 대 설치해 남쪽으로 바람이 불기만 기다리는 안일한 대처는 지양해야 한다”며 “우리의 능력만으로 핵종 탐지가 어렵다면 주변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자료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관계기관 협의를 하루빨리 진행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