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동료장병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한 뒤 무장탈영했다가 체포된 임모(22)병장이 부대 내에서 ‘할배’, ‘슬라임’ 등의 별명으로 불린 것으로 드러났다.

임 병장은 또 군 당국의 수사과정에서는 부대원들이 “없는 사람처럼 대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수사당국 관계자는 30일 ‘GOP 총기난사 수사경과 및 방향’을 설명하면서 임 병장을 대상으로 한 두 차례 조사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임 병장의 진술대로라면 부대 내에서 사실상 따돌림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 병장이 사건 당일 보고 화가 났다고 진술한 초소내 순찰일지에 그려진 그림의 일부 내용도 확인됐다.

육군 관계자는 “사고 GOP의 한 소초에서 발견한 ‘확인조 순찰일지’라는 종이 파일에 소초원들이 여러명의 캐릭터를 그려 놓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임 병장이 절에 다니는데, 사찰을 의미하는 마크와 임 병장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고 소개했다.

순찰일지에서 임 병장은 갸름하고 머리 숱 적고 왜소하게 묘사돼 있었다. 그림을 그린 장병도 해당 그림이 임 병장이라고 인정했다.

임 병장은 마르고 허약한데다 탈모기가 있어 ‘슬라임’, ‘할배’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순찰일지에는 다른 장병들을 만화 캐릭터인 ‘호빵맨’, ‘스펀지밥’ 등에 빗대 익살스럽게 묘사한 그림도 있었다.

군 관계자는 “임 병장이 그 그림을 보고 화가 났다는 진술은 했다”며 “그것을 보고 범행했는지 여부는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군 수사당국은 임 병장이 실명을 거론하면서 ‘특정 간부가 뒤통수를 쳤다’고 한 진술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이 관계자는 “이는 일방적인 임 병장의 진술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또 “임 병장은 사건 당일 이 간부에게 맞았다고 진술하지는 않았다”면서 “따돌림이란 말로 진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군 수사당국은 그러나 임 모 병장이 GOP 총기난사 뒤 소지했던 K-2 소총이 고장났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총기 노리쇠 뒷부분이 부러졌지만 총기 작동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밖에 임 병장이 GOP 내에서 두 차례 탄창을 바꿔가면서 동료 장병들을 사격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편 군 수사당국은 임 병장이 심문 과정에서 흥분하면 혈압이 올라가는 등 아직 수술 이후 회복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임 병장의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임 병장이 현재 조사를 제대로 받을 상태가 아니다”며 “30분에서 1시간 정도 조사하면 피로감을 호소해 정상적 조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고, 범행 동기에 있어서도 본인 진술이 제한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대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