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 4强과 양자관계 첫 설정 주목 선제적 강도높은 제재수위 요구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첫 다자외교 무대에 서기 위해 5일 독일로 출국했다. 발걸음은 무겁다. ‘통일의 상징’ 독일에서 대북정책 구상을 천명해야 할 때에 북한은 ICBM(대륙간탄도)급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주요국 20개국(G20) 정상들과 만날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려는 새 정부 대북정책 기조를 한층 혹독한 환경 속에 설파해야 할 상황이다. 파격적인 대북정책 대신 한층 ‘톤다운’된 수위로 설득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주변4강과 양자관계를 설정해야 하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G20에서 스트롱맨들과 북한의 ‘핵과 ICBM’을 놓고 치열한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번 독일 순방 기간 동안 북한에 제재와 압박을 지속하면서도 대화 문을 열어야 한다는 ‘투트랙’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대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기조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북한이 ICBM급 미사일 도발을 펼친 직후이기에 상대적으로 비중은 제재에 실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6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남북관계를 복원할 복안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한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이른바 ‘신(新) 베를린 선언’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로 동력이 떨어지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미사일 발사 실험 직후 ‘레드라인’을 공개 언급했듯 오히려 선제적으로 강도 높은 제재 수위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도발 중단엔 대화ㆍ도발 강행엔 강력 제재’란 새 정부 입장을 국제사회에 명확히 알리는 차원에서다.
문 대통령은 5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한독 정상회담을 갖고 이어 6일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한다. 당초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구상이 드러날 한독 정상회담에 큰 관심이 쏠렸으나,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파격적인 대북정책 등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오히려 시 주석과의 회담은 더 중요해졌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뿐 아니라 대북제재 국면 내 중국의 역할 등이 비중있게 논의될 전망이다. 6일 밤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아베신조 일본 총리 등과 함께 3자 만찬을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6일 하루 동안 미ㆍ중ㆍ일 정상을 모두 만나는 셈이다. 이어 7일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이어 양자 회동한다.
사드 배치를 두고 미일ㆍ중러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이 같은 대립 구도가 북한 미사일 도발과 그에 따른 제재국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관건이다. 중국이나 러시아 역시 제재 국면을 거부할 순 없지만, 미국이나 일본과 온도 차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대북제재 외에도 중국ㆍ러시아는 사드 배치가 주요 화두이고, 미국과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불거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재차 거론될지 주목된다. 한일 정상회담에선 위안부 협의 재협상 여부가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8일엔 인도ㆍ프랑스ㆍ호주 정상 등과도 양자회담을 갖는다. 이들 국가 역시 대북제재와 국제사회 동참이 공통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