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자녀 시험 뒷바라지 학부모 모임 자제 ‘집 대기’ 외식 줄고 음식배달은 늘어 “이번 한 주는 은행사거리 상인들에게는 매출에 비상이 걸려요. 자녀 시험공부 뒷바라지 하려고 학부모들이 집에서 안나와서 미용실과 카페가 썰렁해져요.”

서을 노원구의 유명 학원가인 ‘은행사거리’에서 20년이 넘도록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A(55ㆍ여) 씨는 기자에게 중ㆍ고등학교 1학기 기말고사가 치러지는 7월 첫째주를 비롯해 준비 기간에 해당하는 지난달 마지막주의 모습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이 같은 경향은 이번 1학기 기말고사 기간으로 한정되지 않고, 이미 수년전부터 중ㆍ고교 중간ㆍ기말고사 기간이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A 씨의 설명이다.

중ㆍ고등학교 시험기간을 맞아 서울 시내 유명 학원가의 카페 등 상권을 이끌어가던 학부모들이 잠시 자취를 감췄다. 자녀들의 시험공부 뒷바라지에 전념하기 위해 평소 해오던 모임을 자제하고, 자기 계발활동을 자제하기 때문이란 것이 4일 학원가 소재 업체 관계자 및 학부모들의 전언이다.

은행사거리에 위치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B(24ㆍ여) 씨는 “6월 초반에 비해 6월말, 7월초 손님이 확연히 줄어든게 보인다”며 “특히, 오후 2~5시 사이에 카페에서 모임을 갖던 사람들이 없다시피 하다”고 했다. 또 다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C(42) 씨 역시 매년 수차례 돌아오는 시험 기간 오후 시간대면 학부모들의 발길이 확연히 줄어드는 것을 느끼고 있다. C 씨는 “실제 매출액수를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시험기간엔 고객수와 판매량이 확연히 줄어드는게 눈으로도 확인될 정도”라며 “학원 방문자나 지역 주민 이외에 유동인구가 적은 지역적 특성상 이 같은 변화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원가인 서울 강남 대치동과 서울 양천구 목동의 경우에도 중계동만큼 확연하진 않지만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 해당 지역 학부모들의 전언이다.

대치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D(36ㆍ여) 씨는 “유동 인구가 많아서 절대적인 손님의 수가 크게 줄어들진 않는다”면서도 “다만, 시험기간엔 학부모로 보이는 모임이 전혀 없고, 40대 언저리의 아주머니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들과 함께 학부모들 역시 아이 뒷바라지를 위해 외출을 삼가하기 때문이다.

고1 자녀가 있는 김모(48ㆍ여ㆍ서울 노원구) 씨는 “아이들 중간ㆍ기말고사는 물론 학원과 관련된 중요한 시험 기간엔 학부모 모임을 하지 않는 것이 이 동네의 불문율”이라며 “혹시나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공부에 방해될까 집에서 요리도 하지않고, 반찬가게에서 사다 먹거나 아이가 원하는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다”고 말했다.

중3 자녀가 있는 박모(46ㆍ여ㆍ서울 양천구) 씨는 “다른 집의 경우엔 아이가 필요한 것을 바로바로 챙겨주기 위해 하루종일 외출도 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며 “너무 과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부모로서 아이가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