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父 “트럼프, 슬픔 표시…친절한 일” -의료진 “웜비어 뇌 심각한 손상” -미국 내 북한여행 금지 목소리 커져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혼수상태로 귀국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22)의 아버지에게 최근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 미국 여론은 웜비어의 ‘혼수상태 귀국’에 분노하며 북한여행 금지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웜비어의 건강 상태가 북미 관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웜비어의 아버지인 프레드 웜비어는 15일(현지시간)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가 고향인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 도착한 이튿날인 14일 밤 10시께 부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의 상태에 대해 “슬픔(sorrow)을 표시했다”고 부친은 전했다.

트럼프, 웜비어 父에 위로전화…‘혼수상태 귀국’ 북미 관계 변수로

프레드 웜비어는 “그(트럼프 대통령)은 오토를 찾아내려고 했다. 자애롭고 친절한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반면 전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정부에 대해선 “‘조용히 있으라’고만 했다”며 “그렇게 했지만 아무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웜비어 송환’이 미국 내 정치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들이 지난해 북한에서 기자회견 때 입은 밝은 색 재킷을 입은 채 기자회견을 진행한 프레드 웜비어는 종종 눈물을 삼키며 격앙된 감정을 보여줬다. 그는 아들이 북한에 ‘전범’으로 억류돼 있었다며 ‘웜비어가 식중독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다.

웜비어를 치료하고 있는 미국 신시내티 대학병원 의료진들은 이날 웜비어가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웜비어는 자가호흡을 하고 눈을 깜빡이는 정도일 뿐 의식이 없는 상태로, 호흡 정지로 인해 뇌 세포가 파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WSJ는 핵심 관계자를 인용하며 웜비어를 억류한 것이 북한 외무성보다 강경한 공안당국이었던 점이 웜비어가 장기간 혼수상태에 빠진 이유라고 보도했다. 신시내티 대학병원 의료진이 북한으로부터 건네받은 웜비어의 뇌 MRI 날짜가 지난해 3월인 사실로 미뤄보아 그가 1년 넘게 의식 불명이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트럼프, 웜비어 父에 위로전화…‘혼수상태 귀국’ 북미 관계 변수로

한편 미국에선 웜비어의 ‘혼수상태 송환’에 충격을 받고 북한여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WSJ는 이날 “왜 미국은 북한여행을 금지하지 않는가”라며 “워싱턴과 평양 간 긴장이 이어지며 북한여행의 위험도 증폭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방 국가에서 북한을 찾는 여행객은 연 5000명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이 중 약 1000명이 미국인으로 추정된다. 이와 별도로 교육적ㆍ인도주의적 목적으로 한해 최소 수십 명에서 최대 수백 명의 미국인이 북한을 찾는다.

북한에 머무르는 동안 사소한 경범죄만으로도 억류될 위험이 있어 미 의회에서도 북한여행 금지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4일 하원 외교위 내년도 예산 관련 청문회에서 “(북한여행 금지를) 지속해서 검토하고 있는데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고 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북한여행 자제를 요청하는 여행경보만 주기적으로 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