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10년간 저소득층 예산 대폭 삭감 -의회 통과 어려울 듯…여당도 반대 “도착 즉시 사망(DOA)”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향후 10년간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예산을 삭감하고 국방ㆍ인프라 예산 투자를 골자로 한 4조1000억달러(약 4600조원) 규모의 ‘2018년 회계연도 예산안’을 공개했다. 저소득층 예산을 줄이는 대신 부유층 상속세를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부자를 위한 예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머니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2018년 회계연도(2017년 10월1일∼2018년 9월30일) 예산안에 향후 10년간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비, 식비 등 예산을 대폭 감축하는 안이 담겼다. CNN머니는 트럼프 정부 예산안이 미국의 빈곤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프로그램 예산을 삭감해 부유한 납세자들에게 투자한다며 “부자들에겐 큰 선물이고 빈곤층엔 큰 삭감”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첫 예산안은 ‘저소득층 지원 예산의 대폭 삭감’으로 요약된다.
그중 미국인 대상 의료지원 제도인 ‘메디케이드’ 예산을 향후 10년간 6160억달러(약 693조원) 감축하는 안이 담겼다. 또 SNAP로 알려진 저소득층 식비 지원제도인 ‘푸드스탬프’ 예산도 향후 10년간 1930억달러(217조원) 삭감된다. 대학생 학자금 지원 예산도 1430억달러(160조원), 장애인 지원 예산 720억달러(81조원), 연방 공무원의 연금 프로그램 예산도 630억원(70조원) 감축된다. 사회안전망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대신 민관 인프라투자 펀드에 2000억달러(225조원) 지출한다. 아울러 참전용사 지원 예산을 290억달러(32조원), 6주로 늘어나는 부모 출산휴가 지원예산을 190억달러(21조원) 늘린다.
미 세금정책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조 로젠버그는 “예산안 수혜자가 대부분 고소득자들로 향해있다”고 분석했다. 사업가들의 최고세율은 내려갔고, 연 2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부유한 투자자들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안이 담겼다.
또 부유층에 가장 큰 선물은 상속세 폐지다. 트럼프 정부는 현 550만달러가 넘는 재산 상속에 한해 적용된 세금을 완전히 폐지할 계획이다.
다만 CNN머니는 “이번 예산안이 전형적인 미국 가정에(중산층) 득실 여부는 알 수 없다”며 세금 전문가들도 이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개된 정보량이 적다고 밝혔다.
미국의 월가(街)도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다. 호라이즌 인베스트먼츠 수석 전략가인 그레그 발리어는 “이번 예산안의 골자는 1조달러에 가까운 저소득층 예산을 줄이는 것“이라며 ”예산안이 미 상원에서 큰 벽에 부딪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회는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 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번 예산안을 강력 비판하며 의회 ‘도착 즉시 사망(dead on arrival)’이라고 단언했다.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국방 예산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2, 제3 벵가지 사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바마 정부의 대표적 외교실패 사례로 꼽히는 벵가지사건은 2012년 9월 리비아의 무장집단이 리비아 벵가지에 있는 미국 영사관을 공격해 대사를 포함한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이번 예산안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프로그램이 미국인 다수에게 적용되고 있어 이를 쉽게 통과시키긴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인 5명 중 1명은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고 있으며, 10명 중 1명 꼴로 푸드 스탬프 혜택을 받고 있다.
믹 멀베이니 미국 백악관 예산국장은 “행정부가 실제로 세금을 내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예산안을 짠 것은 처음”이라며 “우리는 얼마나 지출하느냐가 아닌 얼마나 사람들을 실제로 돕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를 잴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안은 미국 경제가 연간 3% 성장하고 물가상승률이 2%로 유지되는 한편, 대대적인 감세에도 이로 인한 투자 확대와 일자리 증가로 연간 세수가 5%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짰다고 트럼프 행정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