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는 걱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집을 갖지 못할까봐 걱정이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천막촌에 사는 한 주민이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건넨 말이다. 아프가니스탄이 14일(현지시간) 사상 첫 민주적 정권교체인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를 끝내고 다음달 하순 당선자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700만 유권자 표심을 움직인 것은 ‘탈레반’이 아닌 ‘배고픔’이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오는 2016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군하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군 철군 4년만에 최악의 내전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 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WP는 15일 “탈레반이 더이상 실재적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게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면서 “공공부문 개혁이 절박하다는 신호를 보여줬다”고 대선의 의미를 평가했다.

이번 대선은 탈레반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리트머스지’나 마찬가지였다. 실제 탈레반의 선거 방해 시도로 전국 150여개 투표소에서 민간인 20명을 포함해 47명이 숨졌다. 하지만 선거는 큰 무리없이 마무리됐고, 탈레반은 주민들에게 더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는 평가다. 이미 미국은 2016년 완전 철군을 선언한 바 있다.

차기 아프간 정부의 당면 과제는 안보 불안이 아닌 다름 아닌 부패와 경제회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합이 느슨해지고, 원조가 줄고, 외국인들이 떠나면서 아프간의 거품 경제가 터지려한다”고 우려했다.

2001년 과도정부 시절부터 13년간 장기 집권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서방군대와 해외원조의 아늑함에 기대 자립 경제의 토대를 구축하지 못했다. 아프간 중앙은행의 제1부총재는 WSJ에 자국 경제를 “인위적 경제”라고 했다. 원조 달러에 젖어 2012년까지 두자릿수 성장을 구가해 온 아프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6%로 전년도 14.4%에서 1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세계은행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은 3.2%로 추가 둔화가 예상된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발을 빼고 있기 때문. 미국은 아프간 건설, 물류 부문에 거의 1000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WP는 상당수 프로젝트는 돈낭비에 비효과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으며 아프간 부처들은 이득을 지속시킬 능력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한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