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총선 출마자 428명 발표 여성·정치신인·무직자 공천 사회당 인사 영입도 나서
연륜, 정당 등 기존 정치 체제를 깨고 대통령에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39·사진) 프랑스 대통령이 또 한 번 선거혁명을 시도하고 있다. 국정운영의 사활이 걸린 총선(1차 투표 6월 11일·결선 8월 18일)에 정치신예, 여성, 젊은층, 무직자 등 새로운 인물을 대거 공천한 것이다. 여기에 거대 양당인 공화당과 사회당 인재들을 대상으로 영입에 나서는 등 신예답지 않은 과감한 정치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이하 앙마르슈)는 이날 파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월 총선 공천자 1차 명단 428명을 발표했다.
공천대상자 면면도 파격적이다. 정치경험, 연령, 성별, 직업 등 마크롱 대통령은 기존 주류 정치권과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공천자 중 정확히 절반인 214명은 공약한대로 여성으로 채워졌고 전체의 52%는 선출직 공직자 경험이 전혀 없는 정치 신인으로 구성됐다. 프랑스의 높은 실업률을 반영해 전체의 2%는 직업이 없는 구직자로 채웠다.
나이와 직업도 다양하다. 공천자들 평균 연령은 마크롱 대통령 만큼이나 젊다. 하원 의원 평균(60세)보다 14세 적은 46세다. 최연소 후보는 24세, 최고령 후보는 72세다. 직업도 여성 투우사, 천재수학자, 유명 반부패 판사, 공군 조종사 등 정치권 경험이 없는 새로운 인물이 대다수다.
리샤르 페랑 앙마르슈 사무총장은 “1700명과 인터뷰를 진행해 참신함, 성비, 정직함, 정치적 다양성 이에 대한 이해, 마크롱의 정책에 대한 지지 등 5가지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1차 공천대상엔 현역의원 24명도 포함됐다. 모두 집권 사회당 소속 의원들이다. 총 80명의 사회당 의원이 공천을 신청해 당의 가치에 맞는 의원들만 선별했다.
정치거물로 마크롱 대통령 조기 권력 구축에 힘이 될 마뉘엘 발스 전 총리는 과감하게 공천에서 제외했다. 오랜 기간 현역의원으로 활동해 당내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예우 차원에서 그의 지역구에는 공천자를 내지 않았다.
현역의원은 2차 명단에서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앙마르슈는 조만간 148명의 2차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앙마르슈는 현재 경쟁자인 공화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영업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음주 중 20∼30명가량의 공화당 중도파 의원들이 탈당해 앙마르슈에 합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현실정치와 손을 잡긴 했지만, 이는 총선 승리로 정책개혁을 하기 위한 정치력”이라고 평가했다.
앙마르슈는 지난해 4월 창설돼 현직 의원이 한 명도 없지만, 이번 총선에서 과반인 289석 이상을 노리고 있다. 이번 대선을 통해 공화당ㆍ사회당 등 기존 주류 정당의 지지 기반이 크게 무너지면서 프랑스 정치권력은 빠른 속도로 앙마르슈로 쏠리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기관 오피니언웨이는 “이번 총선에서 앙마르슈가 249~286석을 얻어 의회 내 제1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은 200~210석으로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프랑스 하원은 사회당 280석, 공화당 194석으로 전통적인 주류 정당이 의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앙마르슈가 데가지즘(구체제 청산)의 바람을 이어가 289석 이상을 차지해 총리까지 차지할지, 아니면 지금까지 그랬 듯 네번째 코아비타시옹(동거정부)의 길로 들어설지 정치 실험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