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소장, 법무장관, 대법관 인선 후 9월 대법원장도 교체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문재인(64) 대통령 당선으로 법조계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권 변호사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내 법조계 개혁 성향이 강한 만큼 진보적 인사를 대거 기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10일 당선증을 받는 즉시 임기를 시작한다. 국무총리 인선이 초미의 관심사지만, 4부 요인으로 꼽히는 헌법재판소장과 장기간 공백 상태인 법무부 장관, 이상훈(61·사법연수원 10기) 전 대법관 후임 자리도 시급히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원래 헌재소장에는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보수적 성향의 재판관 중 한 명을 등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상황이 급반전했다.

민주당 추천으로 임명된 김이수(64·9기) 재판관이 거론되지만, 현직 재판관을 임명할 경우 임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헌법은 헌재소장의 임기를 따로 정하고 있지 않다. 전임자인 박한철(64·13기) 소장도 현직 재판관일 때 지명돼 새로 6년 임기를 시작하지 못하고 재판관 잔여임기만 채우고 퇴임했다. 최초의 여성 헌재소장이 될 수 있는 이정미(55·16기) 전 재판관도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 3월 10일 대통령 탄핵심판 재판장으로 화려하게 주목받았지만, 오히려 이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진보적 성향으로 ‘독수리 오형제’로 불렸던 전수안(65·8기) 전 대법관도 유력 후보 중 한 명이다. 역시 첫 여성 헌재소장이라는 상징성을 살릴 수 있다. 여야 합의로 지명돼 재판관 임기를 마친 목영준(62·10기) 김앤장 사회공헌위원장의 이름도 거론된다.

지난 11월 퇴임한 김현웅(58·16기) 법무부 장관의 후임은 ‘비 검찰 출신’ 등용이 점쳐진다.

검찰 개혁 의지가 강한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강금실(59·13기) 전 법무부장관이라는 파격 인사를 통해 법무부 문민화를 이뤄냈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54·23기) 의원과 변호사 출신의 전해철(55·19기) 의원, 비법조인이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박영선(57) 의원이 거론된다.

신임 대법관 인선은 오는 6월1일 퇴임 예정인 박병대(60·12기) 대법관 후임 인선과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관례대로라면 사법연수원 15~16기 법원장이나 고등법원 부장판사 군에서 지명되지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출신의 김선수(56·17기) 변호사의 등용도 점쳐진다. 사법시험에 수석합격한 김 변호사는 특히 노동분야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9월에는 양승태(69·2기) 대법원장의 후임도 결정한다.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정통 보수 TK’ 차한성(63·7기) 전 대법관과 박병대 대법관은 후보군에서 멀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사법부 내부에서 재판부 독립성을 강화하고 대법원장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역시 진보적 성향의 전수안 전 대법관과 박시환(64·12기) 전 대법관이 주목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판사 재직 시절 기수 중심의 대법관 인선 관행에 항의하며 사표를 제출했다가 참여정부 시절 대법원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