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와 부딪혀 다치기 일쑤 교육부, 등교길 이용자제 권고 5년차 직장인 서도원(32) 씨는 얼마전 길을 걷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보행로를 걷고 있는 와중에 바퀴 달린 운동화인 일명 힐리스를 타고 있던 초등학생과 부딪친 것. 학생은 서 씨에게 미안하다는 말 없이 오히려 짜증을 내고 가버렸다. 학생의 보호자 역시 서 씨에게 언짢다는 눈길을 던졌다.
서 씨는 “잘못한 건 학생인데 오히려 내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쳐다봐서 황당했다”며 “힐리스 타는 자녀를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 어머니를 보니 기가 막혔다”고 했다.
최근 어린이들 사이에서 힐리스가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힐리스 민폐족’이 늘어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운동화 뒤꿈치에 바퀴가 달려 있는 운동화인 힐리스는 타기와 걷기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스릴’을 즐기려는 어린이들은 속력을 내고자 대형마트, 백화점, 지하 주차장 등 흔히 ‘주차장 바닥’이라고 불리는 매끄러운 바닥을 찾아다닌다.
아스팔트 도로에선 힐리스로 시속 4~5㎞까지 달릴 수 있지만 ‘주차장 바닥’에서는 최대 두배 이상까지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힐리스족’이 실제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을 부딪치거나 다치게 하는 사고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힐리스 제품설명서에는 ‘보호장비를 반드시 착용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지만 이를 지키는 아이들은 드물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을 통해 접수된 사고만 해도 21건에 이른다. 이 중에는 뇌진탕·안면부상·골절 등 심각한 사고도 포함돼 있다.
시도때도 없이 힐리스를 타는 학생들 탓에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자 일부 공공기관이나 학교는 힐리스 착용을 말리기에 나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달부터 초등학교 단체 관람의 경우 힐리스 금지 공문을 보내기 시작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아이들이 관람객과 부딪칠 위험이 커 박물관 내에서는 힐리스 운동화 착용음 금지시켰다”며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힐리스를 타고 오는 아이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고 했다.
학생의 안전을 우려한 교육부도 지난달 학생들이 등교시 가급적 힐리스를 신고 오지 않도록 지도해달라는 공문을 각 학교에 내려보냈다.
힐리스로 인한 안전사고가 늘자 국민안전처와 도로교통공단은 지난 1일 사고예방 행동수칙을 제작해 배포했다.
힐리스를 탈 때 헬멧을 비롯한 보호장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학교, 대형마트, 백화점 등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장소나 골목길, 주차장 입구, 내리막길 등 사고 위험성이 높은 장소에서는 이용을 자제해야한다. 힐리스를 탈때 휴대전화나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도 금물이다. 주변 위험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현정ㆍ박로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