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구원 30명 심층 면담 근로계약서 2명중 1명 꼴 작성 그마저 절반은 지켜지지 않아 체임·욕설 등 인권침해 허다 46% 산재 경험…처리는 7.7% “한 달 150만원을 기본급으로 계약했지만 실제 들어오는 돈은 130만원이다. 20만원은 숙소비, 교통비로 공제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뒤통수 맞았다고 생각했다.” (30대 베트남인)

“공장에서 일을 하다 전기에 감전돼 얼굴 전체 화상을 입었다. 산업재해 처리가 늦어 1년 가까이 치료를 못 받았다. 뒤늦게 돈을 받았지만 전체 치료비와 비교하면 매우 부족하다. 아직까지 빚을 갚고 있다.” (30대 몽골인)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 땅을 밟는 이주 노동자 대다수는 아직도 불합리한 노동환경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금 체불, 인권 침해 등이 심각한 상황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에 온 이주 노동자 대다수는 여전히 불합리한 노동환경에 노출돼 있다.

4일 서울연구원이 ‘서울시 이주노동자 실태와 노동권 보호방안’에서 중국, 베트남 등 이주 노동자 30명을 심층 면담한 내용을 보면 이주 노동자들의 고난은 입국에서부터 시작한다.

주된 입국 동기는 돈이었다. 하지만 추첨이 돼야만 입국 가능해 대부분은 기약없는 입국 대기를 경험했다. 수차례 탈락하면 전문 브로커에 400만~2000만원을 쥐어주고 오는 일도 많다는 게 이주 노동자들의 증언이다.

한국 땅을 밟고 취업에 성공해도 근로 계약서를 쓰는 일은 51.9%로 2명 중 1명 꼴에 불과했다. 근로계약서를 쓰더라도 47.4%는 모국어로 제공받지 않았으며, 51.9%는 근로 계약내용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주당 근로일수와 근로시간에도 문제가 확인됐다. 한 주 70시간 넘게 일한다는 비율은 39.3%, 50시간 이상 60시간 미만은 21.4%로 나타났다. 20시간 미만은 7.1%에 불과했다. 일주일에 평균 5.78일, 하루 평균 9.87시간을 근무했다.

그러나 월평균 임금은 약 172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이 82.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25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은 10.7%로 미미했다.

문제는 임금 체불로 이어진다. 다수 이주 노동자는 부당 이유로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40대 필리핀인 A 씨는 “정액급여 180만원을 매달 준다고 해 계약했는데 실제로는 100만원만 들어왔다”며 “이유를 물어보니 일거리가 없어서, 수습 기간이라서 등 핑계를 댔다”고 토로했다.

의사소통 문제 등에 따른 인권 침해도 심각했다. 설문해 보니 64.3%가 근로 중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욕설(55.6%), 협박(16.7%) 등에 시달렸다. 주체는 직장상사(38.1%), 동료직원(33.3%), 대표(23.8%) 등 순이었다. 30대 방글라데시인 C 씨는 “한국인 직장동료가 기분에 따라 욕을 한다”며 “더 일하는 것보다 인간 대우를 받지 못할 때가 더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주 노동자들은 업무 간 산업재해에 노출될 확률도 높았다. 전문직종보다는 위험하고 기피하는 3D업종에 종사하는 비율이 많아서다.

면담 결과, 46.4%는 산업재해를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이 중 정식 산재처리가 된 경우는 7.7%에 불과했다. 대개 비용은 개인(46.2%)이 부담했다. 40대 베트남인 E 씨는 “허리를 다쳤는데 원인 규명이 안 돼 인정받기 어려웠다”고 했다.

주진우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주 노동자를 책임지는 원스톱 통합 서비스의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며 “찾아가는 현장 상담 등 사업도 늘려야한다”고 제안했다.

이원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