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촛불집회 학습효과’경계 명동 호텔 4~5월 단체예약 ‘0’ 외국인들 日·中으로 발길 돌려 업계 “中편중 모객행위 결과” 이번 기회 쇄신계기로 자성도

서울 관광 산업이 급속도로 위축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뿐 아니라, 4개월이 넘은 도심 집회, 일본과의 소녀상 갈등, 김영란법 시행, 조선업 구조조정과 지역경제 악화 등 국내외 여건은 ‘총체적 난국’이다. 도심 고궁을 운행하는 한 서울시티투어버스 기사는 “5년 만에 이런 큰 위기는 처음 본다”고 했다. 도심 호텔들은 중국인 단체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2015년 메르스 사태의 데자뷔에 떨고 있다. 5월 가정의 달 특수도 물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7~8월 성수기나 돼야 회복의 불씨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관광업계는 내다봤다.

장기집회에 시티투어버스 ‘휘청’=지난해 10월29일 시작한 촛불집회가 예상밖으로 4개월 넘게 길게 이어지면서 서울시티투어 버스는 직격탄을 맞았다. 도심고궁, 남산 등 야간, 전통문화, 서울하이라트 등의 서울 시내 명소들을 둘러보는 이 버스는 집회가 열리는 토요일에는 운행을 거의 하지 못했다. 시티투어버스 기사 5년 경력의 신용두(56)씨는 13일 “관광은 분위기를 타는 것인데, 누가 시위하는 거 보러 투어버스를 타겠냐”며 “촛불집회 시작하기 전 하루 평균 300명쯤 하던 승객이 이후로는 50명쯤에 불과하고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 줄었다”고 했다.

시티투어버스 운영회사 중 1곳인 허니문여행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 무렵 버스 1대 당 하루 평균 100명이던 승객은 요즘 25명으로 4분의 1토막 났다. 이 회사 길기연 고문은 “분위기가 좋았던 재작년에는 150~200명 가량 탔는데 실은 지난해부터 부산ㆍ울산ㆍ경남 등에서 올라오던 지방고객이 확 줄었고, 이후 연말 촛불집회에 올봄 들어 중국 사드 배치 보복까지 아주 설상가상”이라고 말했다.

길 고문은 “전세버스를 80대 규모로 운영하던 한 관광회사가 두달전 파산했다”고 전하면서 “지금은 비즈니스 관광 외에 일반인 관광 동기를 유발할 것이 없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도심호텔 유커 예약 줄줄이 취소=촛불 집회 초기에는 수십만 인파가 촛불을 든 장관을 보려는 손님으로 도심 호텔이 북적거렸지만 지금은 옛 이야기다. 조민숙 이비스스타일엠버서더호텔 총지배인은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 사이에선 촛불집회 기간에 서울에 가지 말라는 말을 암암리에 한다. 천안문사태 때문에 촛불집회를 따라 배울까봐 정부에서 두려워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비스스타일앰버서더 강남지점의 4~5월 단체예약은 각각 1500실 취소됐다. 대부분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요청이다. 명동점의 4~5월 중국인 단체관광객 예약은 사실상 ‘0’건이다. 조 지배인은 “작년과 비교하면 강남지점 7~10%, 명동지점 10~15% 가량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호텔이 힘들어진 것을 아니까 일본 등에선 가격을 더 낮춰달라고 요구한다”며 “이 업계에서 24년째 일하고 있는데, 1993년 때 가격 보다 못 받고 있는 상황이 지금이다”고 털어놨다.

중구에 있는 뉴서울호텔은 이 달 15~30일에 잡혀있던 단체 손님 600실이 한꺼번에 취소됐다. 온라인을 통한 예약 신청도 전무하다. 호텔업계에선 “5월 이후가 더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5월 방문을 논의 중이던 기업 인센티브 단체(8000명) 관광이 유보됐다. 4~8월 중 중국 수학여행 교류단체가 한국 방문을 취소했다. 한ㆍ중 문화예술교류 청소년 방한단체 방문 유보, 서울우수관광 인증상품 거래 전면 취소 등이 속출하고 있다.

관광업 피해는 이제 시작이란 지적이 많다. 가격 출혈 경쟁 도미노, 기업 경영난과 종사자 실직, 한국의 대외이미지 실추 등 후속 피해가 크다는 얘기다.

정호섭 호텔협회 사무국장은 “4~5월 성수기에는 객실점유율이 70% 이상은 돼야 수익을 맞추는데 지금은 평균 40%선”이라며 “이 상황이 지속되면 특급 호텔이 가격을 내리고, 그 아래 급 호텔도 따라 내리는 등 연쇄적 가격 할인 경쟁으로 제살 깍아먹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외 이미지 회복도 관건이다. 길 고문은 “최근 국제관광박람회(ITB) 참석 차 독일을 방문했는데, 현지 뉴스채널에서 태극기 집회 등 폭력집회만 계속 보도하더라”며 “파리 테러 때 한국인이 프랑스 대신 독일을 가듯 유럽인들이 한국 대신 일본이나 중국 등 대체 관광지로 발길을 돌릴 것”으로 내다봤다.

시민들 사이에선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만난 전성수(34)씨는 “애초 중국 타깃으로 관광사업을 벌인 것부터 문제가 있지 않냐”며 “한 나라에 올인(all-in)을 했으니 그 나라 상태에 따라 타격이 더 크게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정부를 겨냥했다.

직장인 양민호(49)씨는 “주요 관광지에 영어와 중국어 위주로만 되어 있는 안내 표지부터 태국어, 아랍어 등으로 다양화해서 서울 많이 찾는다는 나라들을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성희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한류에 편승해 중국 관광객에게 너무 기댄 우리나라도 반성해야한다. 이번 기회에 외국인의 시선으로 우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두번 세번 와도 볼게 있는 나라인 지 고민해야한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방문 중국 관광객은 635만명으로 전체 관광객의 46.8%를 차지했다. 이는 2015년 대비 34.8% 급증한 것이다. 올해는 40~60% 감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지숙ㆍ이원율 기자/js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