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김정남 암살사건이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 ‘인질외교전’으로 확전됐다. 북한이 자국내 말레이시아 국민의 출국을 임시금지하자 말레이시아 정부는 자국내 북한인의 출국을 금지하겠다고 7일 밝혔다.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김정남 암살사건을 계기로 외교갈등을 빚고 있는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각각 자국 내 상대국 국민의 출국을 금지하며 초강경대응에 나섰다. 다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말레이시아 국민 전체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북한과 달리 북한 대사관 관리와 직원들을 대상으로만 출국금지조치를 취했다. 교도(共同)통신은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 대사관 폐쇄 문제도 다룰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의례국은 7일 해당 기관의 요청에 따라 조선(북한) 경내에 있는 말레이시아 공민들의 출국을 임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주조(주북한) 말레이시아대사관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김정남 암살사건과 관련해 자국 입장에서 공정한 문제해결이 이뤄져 자국 외교관들과 공민들의 안전담보가 이뤄질 때까지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출국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김정남 암살사건을 계기로 북한과 말레이시아 사이에서는 한치의 양보없는 ‘치킨게임’이 진행됐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지난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사망한 북한 국적의 남성이 김정남이며, 주요 용의자 8명이 북한 국적자라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 살해용의자로 북한 국적자인 리정철을 체포했다가 추방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수사 진행상황을 발표할 때마다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가 왜곡됐으며, 그 배후에 한국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말레이시아 정부를 규탄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말레에시아 정부를 비난하자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고 모하맛 니잔 북한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를 자국으로 소환했다. 이어 강철 대사에게 추방결정을 내렸다. 이에 북한도 지난 6일 주 북한 말레이시아 대사에게 추방결정을 내리고 북한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지난주 추방통보를 받은 강철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는 6일 쿠알라룸푸르를 떠났다.
양국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관계는 단교 수준에 이를 가능성에 점점 힘이 실리게 됐다. 말레이시아가 북한대사관을 폐쇄하고 북한 역시 이와 동일하게 대응할 경우,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단교가 가시화될 전망이다.